“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 공포…국민 ‘심리 방역’도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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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 씨(30)는 평소 서울 강남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출근한다. 하지만 24일 그는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탔다. 주말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에 타는 게 겁이 나서다. 그는 “택시를 타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내내 벗지 않고 창문도 열어놓았다”며 “교통비는 많이 쓰지만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4일 질병관리본부(질본)에 따르면 감염병 스트레스의 대표적 증상은 △불안과 공포 △불면증 △지나친 의심에 따른 주변인 경계 △외부활동 감소와 무기력 등이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달 첫째와 둘째 주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상에 ‘아무 변화가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0.2%(첫째 주)와 15.3%(둘째 주)에 불과했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코로나19의 치명력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9.3%에 달했다.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60.4%)이 지배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나타나면서 질병 방역뿐 아니라 이른바 ‘심리 방역’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심리 방역은 감염병을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퍼지는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유 교수는 심리 방역의 핵심으로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집단효능감 △보건당국과 지역사회, 이웃에 대한 신뢰 △합리적 위험인식 △정부, 언론, 국민의 효과적인 소통 △감염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꼽았다. 유 교수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감염병 전파 양상이 달라 주민들의 불안요소도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국가적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감염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각자가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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