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9개 병원서 20명 감염… 격리조치도 최소 260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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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의료 공백 현실화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격리된 의료진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 통계를 확인한 결과 23일 현재까지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 9개 병원의 의료진 2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진료를 받은 이력 때문에 격리된 의료진은 주요 대형 병원에만 260여 명에 이른다.

○ ‘병원 내 감염’ 공포 확산


23일 경남 창원시 한마음창원병원에 입원한 수술환자 12명에게 ‘코호트 격리’(집단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이 병원 마취과 의사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따른 것. 보건당국은 한 개 병동을 통째로 비워 환자들을 격리시켰다. 이들은 격리된 상태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조만간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14일 동안 무조건 격리된다. 앞서 병원 시설은 22일 폐쇄됐다. 의료진 70여 명은 격리됐다. 병원 관계자는 “마취과 의사는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인력이어서 환자와 가족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도 이송인력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 직원 20여 명이 자가 격리됐다. 사흘 새 코로나19 환자가 16명으로 늘어난 부산 병원들도 의료진이 격리 조치돼 비상이 걸렸다. 의료진 감염은 면역력이 취약한 다른 환자들에게 병을 옮길 수 있어 피해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 대구는 ‘의료 재난상황’

300명이 넘는 환자가 한꺼번에 발생한 대구는 재난상황이다. 의료진 8명이 확진 환자로 입원했고 최소 120명이 넘는 의료진이 자가 격리됐다. 거의 진료 마비 상태에 이른 병원도 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환자가 하루에도 100명 넘게 발생하면서 대구 5개 대학병원 중 2개는 계속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태다.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7명 중 4명이 자가 격리돼 응급환자 진료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많이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23일까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 등 의료진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14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간 의료진은 의사 13명, 간호사 47명 등 60명에 달한다. 대구시와 대구가톨릭대병원에 따르면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인 이 병원 호흡기병동 간호사가 1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병원은 이날 응급실과 호흡기병동을 즉각 폐쇄했다. 해당 간호사와 접촉한 환자와 의료진 68명은 자가 격리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22일 호흡기병동 전공의 1명과 환자 1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에 의한 병원 내 2차 감염이 일어난 것. 병원 관계자는 “격리된 의료진 중 확진자가 더 나오면 병원을 운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구의 다른 병원들도 비상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중구 광개토병원과 트루맨남성의원, MS재건병원, 달서구 삼일병원에서 각각 간호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구 경대요양병원에서는 사회복지사 1명이 확진자로 확인됐다.

의료진의 추가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구 칠곡경북대병원에서는 지하 1층 편의점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편의점은 이 병원 내 유일한 상점이어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메르스 악몽’ 재연 우려

의료진 중 가용 인력이 줄고 환자 수는 급증하면서 남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은 크게 늘고 있다. 확진 환자를 진료해 19일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간 김신우 경북대 감염병센터장은 “나를 비롯한 의료진 여러 명이 격리돼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환자를 나눠서 보고 있다”며 “이들마저 감염되면 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병원 내 감염으로 피해 규모가 커진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확진 환자가 85명을 감염시켰다. 폐쇄된 병실 내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을 통해 이른바 ‘슈퍼 전파’가 이뤄진 것. 메르스 때 병원 내 감염으로 186명이 감염됐고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이때에도 환자가 발생한 병원 응급실이 잇달아 폐쇄되고 의료진이 격리돼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정부는 23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에 공공병원, 군(군의관·간호사), 공중보건의사 등 공공 의료인력 162명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되는 호흡기 질환자들을 따로 진료하는 ‘국민안심병원’을 운영할 예정이다. 호흡기 질환자와 다른 질환자의 동선을 분리해 의료진을 보호하고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 이르면 24일 명단을 확정한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 병원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손실보상을 약속했다.

정부는 또 가벼운 증상을 가진 환자에 대해서는 한시적 전화상담과 처방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화상담과 처방에 대해 정부와 전혀 사전 논의 및 합의한 사실이 없다. 유선을 이용한 상담과 처방은 의사와 환자 사이 대면 진료 원칙을 훼손하는 사실상의 원격의료로, 현행법상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미지 image@donga.com / 창원=강정훈 / 대구=명민준 기자
#코로나19#의료진 감염#코호트 격리#병원 내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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