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내부 커지는 ‘조국 내전’ 파열음… “민심 차가워지는 것 실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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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아래)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말씀을 더 절박하게 듣고 또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게 옳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아래)가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말씀을 더 절박하게 듣고 또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게 옳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 강서갑 공천을 앞두고 터져 나온 더불어민주당 ‘조국 내전’이 확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반(反)조국 전선’에 섰던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김남국 변호사 등 ‘조국 지킴이’들의 자객 공천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다.

당내 소장파 중 한 명인 김해영 최고위원은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중 처음으로 김 변호사를 공개 비판했다. ‘조국 백서’ 집필 등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해 온 김 변호사를 향해 “청년 정치에서 생물(학적) 나이보다 중요한 게 청년 정신”이라며 “김 변호사가 스스로 정치 영역에서 청년의 정신을 실현해왔는지 되물어보길 권한다”고 했다.

약 1시간 뒤 박용진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가세했다. 그는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당에 대한 민심이 차가워지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다”며 “정봉주 김의겸 문석균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을 절감했던 당의 균형 감각이 최근 왜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2016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국민에게 오만과 독선, 아집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은 용납돼선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선 지난해 ‘조국 사태’ 과정에서 ‘친(親)조국 대 반조국’ 인사들 사이에 쌓였던 앙금이 강서갑 공천을 두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는 분위기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해부터 부글부글하면서도 말 못 했던 의원들이 조금씩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공직선거법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둘러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원팀’이 워낙 강조되다 보니 차마 드러내지 못했던 불만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이번 갈등을 사실상 유발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강서갑에 이미 여러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당이 굳이 추가 후보를 받겠다고 해 스스로 ‘금태섭 자객 공천 논란’을 키웠다는 것. 김병욱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공천 논란이) 국민이 보기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피로감을 주고 있다”며 “우리만의 논리에 갇혀 국민을 불편하고 피곤하게 하는 것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 있는 결단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결국 ‘군기 잡기’를 하려다 되치기 당한 임미리 칼럼 사태와 같은 꼴”이라며 “오만과 독선으로 비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남국 변호사와 김용민 변호사는 ‘친조국 대 반조국’ 경선 논란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김남국 변호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금 의원님, 비겁하게 조국 수호 프레임 뒤에 숨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오후에 다시 글을 올려 “반성하고 되돌아 봐야 할 분은 김해영 최고위원”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강서갑에 출마하겠다는 공천신청서를 제출했다. ‘조국 백서’ 필진 중 한 명으로 경기 남양주병에 전략공천된 김용민 변호사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과 관련이 있는 이력은 검찰개혁위원회 위촉장 한 장이 전부”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가입해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이재정, 김영주 의원이 “왜 공천을 앞두고 ‘조국 수호’ 총선 용어를 꺼내냐”고 지적하자 금 의원이 유감을 표한 것. 그러자 이원욱 의원은 “민주당이 ‘오만 프레임’에 갇힌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 지도부는 침묵하는 가운데 20일 출범하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계기로 반전의 흐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임미리 칼럼’ 논란을 주도했다고 지적받는 홍익표 당 수석대변인 대신 불출마하는 표창원 의원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jhk85@donga.com·윤다빈·강성휘 기자
#더불어민주당#조국 내전#21대 총선#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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