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예식장·호텔…31번 환자, 20일간 대구 누비고 서울도 방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8일 2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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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61·여)는 이달 초부터 대구 도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특히 대형 다중시설을 숱하게 방문해 ‘슈퍼 전파자’가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A 씨는 10일경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한방병원이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했지만 거부하기까지 했다. 발열 증세가 있었지만 최근 한 달 사이 해외에 다녀오질 않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A 씨는 예배를 다니고 지인 결혼식 참석 차 호텔도 오갔다. 적어도 수백 명 이상이 감염에 무방비 노출된 셈이다.

● 검사 권유 받고도 거부…결혼식 참석까지

대구시에 따르면 A 씨는 6일 오후 10시반경 대구 시내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처음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다음날 동구 신천동에 있는 직장 ‘C클럽’ 사무실에 출근했다. 이때 마주친 직장 동료 4명은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에 들어갔고, 사무실은 폐쇄했다.

그날 저녁, 상태가 나빠진 A 씨는 오후 9시 수성구에 있는 ‘새로난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곧바로 입원했다. 10일 전후부터는 열이 38.8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병원은 코로나19일 가능성을 의심해 검사를 권했지만, A 씨는 “그럴 리 없다. 해외에 가지도 않았다”며 거부했다. 당시 4인실을 사용했는데, 다른 환자가 같이 지내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잠만 병원에서 자고 낮에는 무단 외출해 바깥으로 돌아다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A 씨는 9일과 16일 오전 2시간가량 남구 대명동 신천지예수교회다대오성전에서 예배했다. 15일 오전 10시 반경에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동구 방촌동 ‘퀸벨호텔’도 들렀다. 식장은 들어가지 않았으나 2층 뷔페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회와 호텔은 모두 폐쇄했다. 오가며 탔던 택시의 기사 5명도 자가 격리 조치했다.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건 17일부터였다. 컴퓨터단층(CT) 검사 결과 폐렴 확진을 받았다. 오후 3시 반경 가까운 수성보건소로 이동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뢰했다. 18일 오전 5시경 질병관리본부의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A 씨는 자신의 직장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도 다녀왔다. 본사 관계자는 “A 씨가 시무식 때문에 온 건 맞다. KTX를 이용한 것으로 안다”며 “시간차가 많이 나 사무실 폐쇄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다중시설 이용 많아…혼란에 빠진 시민들

대구는 큰 혼란에 빠졌다. A 씨는 대구에서도 인구가 많은 수성구와 동구 남구를 드나들었고, 특히 사람이 많은 장소를 방문했다. 그가 들른 교회는 평균 300~500명 정도가 함께 예배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역시 예식장이 있어 방문객이 많다. A 씨가 찾은 15일엔 3개 예식장에서 10여 차례 결혼식이 열렸다. 당일 호텔을 찾았다는 최혜은 씨(30)는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뷔페에서 식사도 했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불안해했다.

A 씨 가족 등의 신상까지 외부로 알려지며 혼란은 더욱 커졌다. A 씨의 아들이 일하는 달성군 한 자동차부품공장은 18일 공장 가동을 멈추고 방역을 실시했다. 근로자 500여 명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고 발열 검사도 진행했다.

입원했던 한방병원의 간호사는 가족이 수성구의 한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자로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해당 원장이 아이들을 일찍 집으로 돌려보냈다. A 씨의 실제 거주지를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요양보호사인 박명숙 씨(65·여)는 “혹시나 피해를 입을까 하루 종일 마음을 졸였다”고 했다.

대구시는 현재 A 씨의 구체적인 이동 동선 및 카드 사용 내역,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접촉자 전체 규모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A 씨가 여러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앞으로 2주가 커다란 고비 같다. 방역과 소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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