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병 한 달, “새로운 국면”…감염경로 불분명 3명으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8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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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지 약 한 달 만이다. 그동안 감염자의 해외 유입 차단과 접촉자 관리에 방역의 초점을 맞췄다면, 감염원이 불투명한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된 것을 인정하고 경계수위를 높인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본격적인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주장도 나온다. 29~31번 환자와 같은 감시망 밖의 환자들이 추가 발생할 수 있고, 약 7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 입국이 바이러스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한 달 정부의 초기 방역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숨은 감염자’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내지 않으면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새로운 국면 진입했다”

정부는 감염 경로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29번(82), 30번(68·여), 31번(61·여) 환자와 유사한 감염자가 더 생길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이) 2차, 3차 감염자를 통한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 새로운 유행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입국자 관리와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두 가지 대응체계를 같이 가동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15일까지 닷새 동안 신규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초기 방역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남긴 교훈 덕이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신속한 접촉자 파악, 진단 시약 보급으로 발병 초기 환자와 2차 감염자를 포착해냈다. 2015년 바이러스 전파의 온상이었던 병원 내 감염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도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며 감염의 매개가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탰다.

하지만 국내 발병 한 달을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환자들이 나타나면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한 달 동안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방역 대책이 한 발짝씩 늦었다는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과 일본 등을 오염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네의원 혼선 막아야

전문가들은 일선 의료기관에서의 혼선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숨은 감염자들이 빨리 포착되려면 의심 증세가 있으면 누구라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명확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네의원이 의심 환자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려면 휴원 등에 대한 손실보상방안을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내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러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가급적 여러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을 자제하고, 동네 병의원 한 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의 한 발짝 늦은 대응도 문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 문제는 지난달부터 예상됐던 문제인데 이제야 대책을 찾고 있다”며 “중앙수수습본부의 역할은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재난이 되지 않도록 미리 통제하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종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잘못됐다”며 “감염병의 유행 양상은 쉽게 속단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메시지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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