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풀죽은 서울청년, 도시 떠나 ‘나’를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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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북 협약 ‘지역살이 프로젝트’
6개월 취업 ‘한국판 워킹홀리데이’… 청년 75% “다시 참여하고 싶어”
서울시, 참여인원-기간 늘리기로

서울시와 경북도가 지난해 진행한 ‘청정경북 프로젝트(서울 청년, 지역으로 가다)’에 참여한 청년들의 활동 모습. 경북 청송군에 머무르며 사과 재배와 가공품 판매를 경험한 강다솜 씨(위쪽 사진)와 문경시의 맥주 양조장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서 일을 배운 이재성 씨와 권종건 씨(왼쪽부터). 서울시 제공
서울시와 경북도가 지난해 진행한 ‘청정경북 프로젝트(서울 청년, 지역으로 가다)’에 참여한 청년들의 활동 모습. 경북 청송군에 머무르며 사과 재배와 가공품 판매를 경험한 강다솜 씨(위쪽 사진)와 문경시의 맥주 양조장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서 일을 배운 이재성 씨와 권종건 씨(왼쪽부터). 서울시 제공
서울 강서구에 사는 강다솜 씨(29·여)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한동안 구직 활동에 매달렸다. 또래 청년들처럼 다양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음식점 종업원 등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병행했다. 하지만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슴 한편에는 답답함이 쌓여갔다. 취업 전형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거나, 업무가 서투르다는 핀잔을 들을 때면 자존감마저 낮아졌다. 과연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강 씨의 생각은 지난해 8월부터 경북 청송군에 체류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사과를 재배하고 ‘꿀땡이 사과’라는 브랜드를 단 가공품을 판매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강 씨는 “서울에서는 ‘잉여 인간’ 취급을 받았는데 지역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씨는 ‘청정경북 프로젝트(서울 청년, 지역으로 가다)’에 참여해 청송군에서 6개월 동안 머무른다. 서울시와 경북도는 지난해 협약을 맺고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45명이 경북 5개 지역(안동 청송 예천 문경 상주)에서 일과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사업을 진행했다. 청년들은 농업법인이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에 근무하며 맥주 양조법, 농업 가공품 생산, 지역 행사 기획 등을 배웠다. 해외 등에서 일하고 돈을 버는 워킹홀리데이의 국내판인 셈이다.

매주 8시간씩은 아동복지기관이나 노인돌봄센터를 찾아 주민들과 교류하며 사회공헌활동에도 참여했다. 청년들에게 지급한 보수는 세전 월 220만 원가량으로 서울시와 경북도가 절반씩 부담했다.

참여자와 기관, 기업 모두 만족했다. 경북 상주시에서 머무르며 상주다움사회적협동조합에서 근무한 박은정 씨(27·여)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북 문경시에서 맥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배주광 대표는 “구인광고를 내도 수도권이나 큰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자가 드물었는데, 이번 기회로 청년들이 합류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진행한 사회공헌활동의 평가도 좋았다. 농촌에 사는 아이들에게 서울에서 온 청년들이 한 학습지도, 요리교실, 미술지도 등은 새로운 자극제 역할을 했다.

서울시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및 기업·기관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청년의 75%는 올해도 사업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기관도 만족도 평가에서 각각 5점 만점에 4.3점과 4.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서울시는 이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올해 청년들의 지역살이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1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해 총 300명의 청년에게 지역살이 기회를 줄 계획이다. 6개월이던 활동 기간도 10개월로 늘린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들은 다음 달 10일부터 홈페이지에서 지원할 수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서울청년#지역살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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