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탈당 안철수, 중도정당 창당 ‘마이웨이’…총선 구도 ‘출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9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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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중도·보수야권 총선구도가 출렁이게 됐다. 안 전 의원은 일단 자강 노선을 가겠다는 목표지만 창당을 반대하는 호남 중진과의 결별,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출당 문제 등 장애가 한둘이 아니다. 혁신통합추진위원회에서는 야권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해 안 전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 전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 어제(28일)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고 저는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며 중도정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손 대표가 당 대표 퇴진을 거부하자 바른미래당 신장개업 계획이 무산되면서 ‘플랜 B’ 가동을 결심한 것. 이에 손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대화와 타협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요구사항만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나가겠다는 태도는 정치인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안 전 의원은 일단 중도정당 창당으로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계획이다. 안 전 의원과 가까운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은 최소 15~20% 수준의 정당득표율을 기대하고 있다”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를 합쳐 교섭단체(의원 20명) 구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당투표에서 2017년 대선(21.4%)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19.6%)에서 안 전 의원의 득표율수준을 기대한다는 것.

하지만 안 전 의원 앞에는 △창당 자금 △호남계와 결별 및 호남 기반 상실 △지지율 고착화 등 현실적인 난관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안 전 의원은 탈당으로 인해 바른미래당이 갖고 있는 국고보조금 등 100억 가까운 자산과 전국 조직을 포기한 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당 시절부터 함께해온 호남중진(주승용 박주선 김동철 의원)들과도 결별 수순에 들어섰다. 박 의원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안 전 의원의 신당 방향과 목표를 알 수가 없다. 안 전 의원과는 이제 노선이 갈라지게 된 것”이라며 “김종인 전 대표와도 오늘(29일) 만났다. 중도 ‘제3지대 빅텐트’를 통한 신당 창당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의 바른미래당 출당 문제도 골칫거리다. 손 대표가 ‘합의 이혼’을 통해 제명처리에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바른미래당에 남아 ‘안철수 신당’에서 활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김수민 의원은 “최악의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는) 탈당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렇게 될 경우 탈당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의원은 권은희 의원 1명 정도라 총선에서 기호 5번 밖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바른미래당에서 새보수당 탈당 후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 3%대를 맴돌았던 만큼 향후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도 변수다.

안 전 의원의 창당 선언은 결과적으로 보수 야권통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마침 이날 구 안철수계 인사인 김영환 문병호 전 의원이 통추위에 합류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까지 (통합신당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정당이 출연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비례대표 의원들 뿐 아니라 출마 희망자들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최소한 자유한국당과 선거연대 또는 통합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활동”이라며 “안 전 의원과는 무관하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끝까지 통합이 불발될 경우 한국당, 새로운보수당, ‘안철수 신당’, ‘호남 신당’, 우리공화당, 전진당 등으로 사분오열 돼 결국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야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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