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40명 정원에 1명 등원… 학교, 직장 등에서 커지는 불안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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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주한 중국대사관과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서울 중구 회현어린이집. 신발장에는 아이들 신발이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이날 원아 93명 중 32명이 등원하지 않았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는 “학부모들로부터 ‘중국인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휴원하지 않아도 괜찮겠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세 번째 확진자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경기 고양시 일산 일대 어린이집도 이날 원아들이 상당수 등원하지 않았다. 일산 P어린이집 원장은 “중국인 재원생이 1명 있는데 그 친구가 등원했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왔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날 상당수가 ‘안 가는 게 상책’이라며 자체적으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았다. 교육당국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학생이 아니면 결석 처리된다고 했지만,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본 것이다.

●불안감에 ‘자체 휴교’ 택한 학부모들

학부모들이 불안에 떠는 것은 당장 28일부터 금요일까지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하는데 교육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날 차관 주재로 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기 보급된 매뉴얼을 숙지하고 대응해달라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지원한다 등의 내용을 논의했을 뿐이다. 학부모들이 관심 있는 휴업이나 개학 연기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결국 학부모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기로 했다. 결석이 가장 주된 방법이다. 이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서울 강남구 학부모 A 씨는 “유난 떠는 엄마로 보일까 걱정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손소독제와 알콜솜을 쥐어 보냈다. 서초구 학부모 B 씨는 “미세먼지 때도 마스크 씌워 보내도 친구들 모두 안 한다고 해서 알콜솜으로 책상을 자주 닦으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했다.

● 비상 걸린 평택

네 번째 확진자가 나왔고,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첫 확진자가 나온 경기 평택 지역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평택시와 평택교육지원청은 27일 오후 8시경 어린이집 423곳(1만5397명)과 유치원 108곳(7436명)에 대해 28~31일까지 임시 휴원한다는 긴급공지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맞벌이, 한부모, 조손가정 등은 등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평택은 5년전 메르스로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고, 평택항이 있는 서부지역은 중국을 자주 다니는 여행객이나 소무역상들이 많다 보니 불안감이 커 휴원령을 내렷다”고 말했다.

28일 평택 D어린이집에는 40명 정원에 한 명만 등원했다. 원장은 “개원 이후 1명만 등원한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유치원도 상황은 비슷하다. 평택시 B 유치원은 정원 285명인데 10명만 등원했다.

●여행, 공연도 줄줄이 타격

입시를 앞둔 예비 고3의 경우 마냥 학교나 학원을 빠질 수 없어서 걱정이 많다. 학부모 E 씨는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라 계속 안 보낼 수도 없지 않느냐”며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카페에서 공부하는데 외부인이 많으니 집에 와서 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기숙사를 운영하는 공주 한일고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 때는 아예 집으로 보내지 않았는데 이번엔 이미 집으로 돌아간 뒤 일이 커졌다”며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내용 확인 때문에 다음주에는 꼭 학교에 와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우한폐렴은 여행이나 공연에도 타격을 미치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인 24일부터 27일까지 중국 관광객 1만4000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방문객수는 8800여명으로 38.2%가 줄었다. 중국이 24일부터 개별 및 단체여행을 중단시키면서 관광객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기자 yena@donga.com
이경진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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