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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갈등 난국을 안보 실익 극대화 기회로[국방 이야기/윤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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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갈등 난국을 안보 실익 극대화 기회로[국방 이야기/윤상호]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입력 2020-01-28 03:00수정 2020-01-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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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선임보좌관 등 한미 당국자들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겨서도 좀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한 자릿수 증가율로 의견차를 좁히고, 2월 말을 목표로 최종 조율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변수가 적지 않다.

주한미군 배치 비용을 포함한 대폭 증액안을 줄곧 요구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폭 증액안’을 수용할지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의 기여를 평가하면서도 (한국 등) 우리 동맹들이 더 할 수 있고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공동기고문을 실은 것도 의미심장하다. 혈맹(血盟)도 ‘안보 무임승차’는 용납할 수 없다는 ‘최후 통첩’으로 들린다.


일각에선 지난해보다 50%가량 올리는 게 미국의 ‘속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자국 방어에 ‘공평한 분담’을 하려면 내년에만 1조5000억 원 이상은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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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미국이 ‘통 큰 양보’를 해서 이번에 인상폭을 최소화해도 다음 협상에서 또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린치핀(핵심축) 동맹’으로 남길 원한다면 더 부담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반복될 소지가 크다.

작금의 난국을 헤쳐가려면 기존과 다른 차원의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줄 건 과감히 내어주되 ‘안보 실리’를 철저히 챙기는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군 안팎에서도 방위비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맞설 군사 역량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에 양보하는 대가로 우리 영토와 국민을 굳건히 지켜낼 ‘창과 방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의 폐기가 ‘최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1979년 체결된 이 지침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최대 걸림돌이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3차 개정 합의로 탄두 중량 제약은 사라졌지만 ‘사거리 800km 룰’은 아직 유효하다.

한국 전역과 일본, 괌이 사정권인 단·중·장거리탄도미사일은 물론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전력화한 북한에 비해 ‘절대 약세’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국, 러시아의 가공할 미사일 전력에 대응할 엄두도 내기 힘들다. 더욱이 고체연료 로켓은 민간용(위성 발사)까지 사용을 금지해 독자적인 우주 개발까지 제약받고 있다.

한미 원자력 협정도 훌륭한 ‘협상 칩’이 될 수 있다. 우라늄 농축이 가능토록 협정을 고치면 핵추진잠수함 도입의 길이 열린다. 핵추진잠수함은 잠항 능력과 공격력에서 재래식(디젤추진) 잠수함을 압도한다. 핵이 장착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북한 신형 잠수함을 거의 무제한 감시하고, 유사시 북 지휘부를 은밀히 타격하는 ‘비수’와 같은 무기다.

문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토론회에서 “우리도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연초부터 비핵화 협상 결렬과 핵·미사일 개발 재개를 선언한 상황에서 미국의 방위비 요구와 협정 개정을 맞바꾸는 ‘빅딜’도 고려해볼 만하다.

북한 비핵화 실패 시 ‘핵공유(Nuclear Sharing)’ 방안도 방위비 협상의 옵션으로 활용해야 한다. 미국의 최종 사용 승인을 전제로 유사시 한국군의 전투기나 잠수함에 전술핵을 탑재 운용할 경우 핵우산의 신뢰성과 실효성은 배가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내 핵무장론의 진화와 북핵 억지 효과 제고, 핵탄두의 운영 관리비 절감 등 장점이 적지 않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NDU)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과의 핵공유 협정을 제안한 것도 이런 셈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은 한미동맹의 중대한 도전이자 위기다. 동시에 ‘코리아 퍼스트(한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우리의 군사안보 역량을 최대한 키우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에 매번 전전긍긍하며 끌려다니기보다는 우리의 안보 요구를 당당히 전달하고, 충족시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동맹도 공고히 하고, ‘안보 실익’도 챙기는 윈윈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


#방위비 분담금#한미동맹#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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