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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론’과 ‘꼭지론’…우승과 2위, 천지차이 극복한 김학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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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론’과 ‘꼭지론’…우승과 2위, 천지차이 극복한 김학범호

뉴스1입력 2020-01-27 00:16수정 2020-01-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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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U-23 대표팀 오세훈이 2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하고 있다. 2020.1.26/뉴스1 © News1

지난해 6월 폴란드에서 펼쳐진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을 이끌던 정정용 감독은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마련된 공식 회견에서 ‘연필론’을 꺼내들었다.

정 감독은 “지난해 우리 선수들이 아시아 챔피언십(AFC U-19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패배 후 선수들에게 해준 말이 있다. 준우승하면 (돌아오는 보상이)연필 한 자루도 없다고. 선수들이 내일 경기의 중요성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담담한 출사표를 전했다.

그때 정정용호는 아쉽게 우크라이나에 1-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물론 한국 남자 축구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금자탑을 쌓은 결과였으니 절대로 ‘남는 것이 없는 결과’라 폄하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2위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던 표현은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말이다. 한껏 고무된 상황에서 치르는 결승전, 그 마지막 고비를 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2020 AFC U-23 챔피언십’에 임하고 있는 김학범 감독도 준결승 승리 후 선수들을 향해 ‘여기까지 왔으니 꼭지를 따야하는 것 아니냐’ 외친 것인데, 어렵사리 마침표를 찍고 아릅답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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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26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연장전까지 치르는 긴 승부 끝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이로써 대표팀은 4번째 도전 만에 이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앞서 4강을 통과하며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것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의 우위라는 평가가 많았다. 8강에서 개최국 태국에 고전하다 1-0으로 승리하고, 4강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 내내 끌려가다 후반 막판 행운의 골로 결승에 올랐던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한국이 앞섰다. 얕잡아 볼 것은 아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보다 ‘우리’였던 경기다. 얼마나 높은 집중력으로 가진 것을 쏟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실제 흐름이 그랬다. 한국이 내내 경기를 주도하기는 했으나 전방부터 후방까지 모두 어수선했다. 이전 경기들보다 실수도 많았다. 완벽한 찬스를 날리던 공격수, 불안불안했던 수비수와 골키퍼. 시쳇말로 나사가 꽉 조여지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김학범 감독도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정우영을 빼고 이동준을 투입했다. 후반 7분에는 김진규를 불러들이고 이동경도 넣었다. 빠른 변화로 팀에 긴장감을 넣고자 했는데, 효과가 나타났다.

후반 12분 이동경의 스루패스를 이동준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에 살짝 걸렸던 것이 이날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선수들의 전방 압박도 되살아났다. 이런 정도 흐름변화라면 상승세로 이어져야 자연스러운데 이내 풀이 꺾였고 또 실수들이 나왔다. 그만큼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마지막 경기였다.

후반전 막바지를 향해 갈수록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한국이 찬스를 잡는 것 이상으로 한국 쪽의 위기가 있었다. 역시 챔피언의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았다.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 돌입했다. 승리의 신은, 연장후반전까지 고생길을 지켜본 끝에 한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장후반 8분 그토록 기다렸던 선제골이 나왔다. 사우디 지역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센터백 정태욱이 제공권을 활용한 헤딩 슈팅을 시도해 기어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문을 열었다. 이것으로 두 팀의 희비는 갈렸다. 한국은 남은 시간 사우디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1-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우승 정말 쉽지 않다.

연령별 대표팀과 A대표팀까지 두루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은 과거 결승에 올랐으면 반드시 마지막 꼭지를 따야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정정용 감독의 ‘연필론’과 같은 맥락의 ‘꼭지론’이다.

그는 ”여기 있는 선수들은 축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다 우승을 해본 적이 있는 이들이다. 커가며 빈도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정상을 경험해 봤던 선수들“이라고 말한 뒤 ”그들에게 우승했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를 묻자 ‘천지차이’라고 답하더라. 바로 그것이다. 차이를 안다. 그래서 꼭 ‘꼭지를 따야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대회 결승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이 약속이나 한듯 ”여기까지 왔는데 꼭지를 따야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한 것 역시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이미 큰 성과(올림픽 본선 진출)를 올린 뒤라 집중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김학범호가 끝내 꼭지를 따냈다. 결승전을 연장까지 치렀으니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김학범호 23명은 엄청난 경험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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