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에 ‘희귀 야생동물 섭취’ 中 식문화 도마…뱀에서 전염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3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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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야생동물 불법 거래가 ‘우한 폐렴’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희귀한 야생동물 섭취에 집착하는 중국의 식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뱀에서 사람으로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北京)대, 광시(廣西)대, 닝보(寧波)대 의료진은 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일 가능성이 크다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MV)에 게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뱀에서 다른 숙주에 전파될 수 있는 상태로 증식, 발육된 뒤 타액이나 공기 등을 통해 뱀을 사육하거나 뱀 고기를 먹은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과학원 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와 군사의학연구원 연구자들은 21일 발표한 논문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숙주는 박쥐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통해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다.

신화통신은 발병의 진원으로 지목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에서 뱀과 박쥐 등 야생동물들이 식재료로 팔렸다고 전했다. 화난수산물시장에서는 뱀과 박쥐를 포함해 100여 가지 야생동물 사육과 불법 거래가 이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신징(新京)보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 17명 가운데 2번째 사망자가 이 수산물 시장 상점 주인인 69세 슝(熊)모 씨였다.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올라온 화난수산물시장의 야생동물 메뉴판이 올랐다. 야생 오소리, 흰코사향고양이, 대나무쥐, 도마뱀, 여우, 심지어 코알라까지 각종 야생동물의 가격이 나열돼 있다. “갓 잡은 고기를 바로 냉동해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안내문까지 있다. 특히 이 시장은 인구 1100만 대도시 우한의 주요 기차역인 한커우(漢口)역 바로 옆에 있다.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 만 명에 달하는 곳에서 불법 거래가 버젓이 이뤄져 온 이다.

지난해 9월 우한시 당국은 이 시장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은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했다. 하지만 불법 거래를 계속하다가 우한 폐렴의 그라운드제로(대재앙의 현장)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중국 당국은 21일 뒤늦게 중국 전역에서 전염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야생동물 판매 금지를 발표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야생동물 섭취 문화가 전염병 대유행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중국 내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신징보는 “야생동물 섭취가 (이번) 재난의 근원”이라며 “야생동물 고기에 대한 무한 식욕을 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감염원을 아직 찾지는 못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치경제학자인 후싱더우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서구가 자유와 인권에 가치를 둔 반면 중국인은 음식을 기본 욕구로 여긴다. 과거 굶주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며 “일부 중국인들은 희귀 동물을 먹는 것이 자신들의 신분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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