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다른병원 이송 잦을땐 페널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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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 순직 1년, 응급의료체계 개선
복지부, 바이패스 총량제 도입
경증환자 외상센터 쏠림 막게 의원 거쳐야 건보혜택 검토
지역별 응급지도도 만들기로

앞으로 대형병원들이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응급환자나 중증 외상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낼 수 없다. 만약 병상 문제로 ‘환자 수용 불가(바이패스)’를 남발하면 병원 측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을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최근 불거진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병원 고위층의 갈등도 병상 부족으로 인한 바이패스가 원인 중 하나였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를 열어 ‘응급의료체계 개선 방향’을 심의 후 확정했다. 이번 개선안 마련은 지난해 2월 과로로 숨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순직이 계기다.

개선안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중 ‘바이패스 총량제’가 도입된다. 민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사전에 정한 바이패스 횟수를 넘어선 병원에 대해 보험수가 인하 등 불이익을 주는 내용이다. 민관 위원회는 병원들의 인력과 장비 수준을 감안해 적정한 바이패스 총량을 정한다. 총량제 적용 대상은 권역응급의료센터 38곳, 지역응급의료센터 123곳이다.

최근 불거진 이 센터장과 병원의 갈등 원인이 ‘병상 부족’이라는 점에서 바이패스 총량제가 권역외상센터의 구조적 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총 63회의 바이패스가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응급실뿐 아니라 본원의 병상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병원들이 얼마나 바이패스가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급 종합병원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쏠려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정작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응급실을 통해 상급 종합병원의 외래 예약이나 입원 날짜를 잡을 때 의원이나 동네 병원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가 없으면 건강보험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급 종합병원의 외래 예약을 빨리 잡으려고 응급실을 이용하는 편법을 막겠다는 취지다.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내 병원에 이송될 수 있도록 중증도 분류 기준을 개편하고, 지역별 응급환자 이송 지도(地圖)도 만든다. 중증 응급환자가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현재 응급실에서 쓰이는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를 기반으로 새로운 중증도 분류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또 각 지역에서 특정 증상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를 담은 구체적인 이송 지침도 마련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이 센터장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의 갈등 관련) 사건은 법과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양쪽 당사자 간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서로 포용해야 최선의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바이패스 총량제#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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