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똑똑한 이들이 왜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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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함정/데이비드 롭슨 지음·이창신 옮김/432쪽·1만7800원·김영사

“똑똑한 사람이 왜 저렇게 바보 같은 생각을 할까?”

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 가을부터 어느 고위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해 SNS는 모세 지팡이 아래의 홍해처럼 첨예하게 갈라졌다.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끼리도 상대방의 오류를 꼬집으며 논박을 쏟아냈지만 생각을 바꾼 사람은 드물었다. 서로 사이만 나빠졌다.

저자에 따르면 ‘지능’은 살면서 겪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다. 오히려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생각을 과신해 오류에 빠지기 쉽다.

탐정 셜록 홈스라는 인물을 창조해 ‘추론의 아이콘’이 된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은 마술사 해리 후디니와 친구였다. 도일은 영매나 심령술사들의 속임수에 줄곧 넘어갔고, 그 사기들의 허점을 늘 꿰뚫어본 사람은 초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한 후디니였다. 스티브 잡스는 타고난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꾸었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서는 엉터리 치유법들만 맹신해 회생할 기회를 그르쳤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계획을 실행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사후 가정(事後 假定)적 사고가 오히려 부족할 수 있다. 내 생각의 단점을 인지하지 못한 채 실수를 합리화하려는 편향 맹점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내 믿음의 주변에 ‘논리 차단 방’을 만든다. 자신이 구축해온 전문성은 오히려 한쪽으로 굳어진 반응을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똑똑함이 이끄는 함정 속에 발을 딛지 않을까. 저자는 ‘증거 기반 지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적 겸손은 필수다. 거기에 더해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인식하고 해부해 그 정체를 알아낸다(감정 나침반) △쟁점의 장단점을 구분해 적은 다음 중요도가 같은 항목을 동시에 목록에서 지운 뒤 최종적으로 남는 항목들로 판단한다(심리 대수학) △문제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해 본다고 상상한다(소크라테스 효과) △결정을 내리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고 그런 상황을 유발할 모든 요소를 추려본다(사전 부검) 등의 방법을 권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지능의 함정#데이비드 롭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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