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 사임…푸틴 국정 운영에 힘 실어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23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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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55)가 15일(현지 시간) 자신을 포함한 내각이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이뤄진 깜짝 발표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총리는 부분 개헌을 제안한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끝난 뒤 대통령과 내각 관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내각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모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 개헌이 이뤄지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간 권력 균형 전반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함께 지금 단계까지 이뤄온 것들에 감사하다. 모든 결과에 만족을 표하고 싶다”면서 내각 사퇴를 수용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후 대통령 국가안보회의 대리직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개헌 의사와 내각 개편 계획 등을 밝혔다. 연설에서 그는 “같은 인물이 두 차례 이상 연이어 대통령직을 맡아선 안 된다는 헌법 조항에 대한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2000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 대통령은 2008년까지 4년 임기를 연임 후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총리로 물러났다.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했고, 2018년 3월 4기 집권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4년까지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2008년 연임 금지 조항으로 물러난 푸틴 대신 제3대 대통령에 올랐다. 당시 총리직에 오른 푸틴이 ‘그림자 대통령’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해 2024년 이후에도 푸틴이 헌법을 개정해 연임하거나 현실 정치에 계속 관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3연임 허용 개헌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하원이 장관 총리 등의 임명을 인준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르도록 하자고 제안해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뒤에도 푸틴이 통치권을 휘두를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재는 이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이 국민 투표로 개헌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투표를 치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지선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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