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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주여성 울리는 결혼중개 불법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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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주여성 울리는 결혼중개 불법광고

사지원 기자 입력 2019-12-16 03:00수정 2019-12-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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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통해 무등록업체 활개… 키-체중 등 신상 무차별 공개
성상품화 부추기는 내용 많아… 올해 불법광고 1246건 적발-삭제
“다문화 인식왜곡-인권침해 우려”

인종차별이나 성 상품화를 조장하는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의 불법 광고가 대거 적발됐다. 특히 최근에는 무등록 중개업체를 중심으로 유튜브가 국제결혼 중개의 창구로 활용되면서 노골적인 불법 광고가 늘고 있다.

15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은 올 들어 10월 말까지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유튜브에 올린 인권침해성 불법 광고 1246건을 확인해 삭제 조치를 내렸다. ‘베트남 여성은 아직도 청소하고 밥도 한다’ ‘165cm에 50kg이면 늘씬하고 좋다’ 등 성 상품화나 인종 차별을 부추기는 광고들이다. 진흥원은 지난해 9월부터 국제결혼 관련 유튜브 광고의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결혼중개업법에 따르면 국가와 성별, 연령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의 광고는 모두 금지다. 하지만 일부 업체의 유튜브 채널에는 “라오스 여성은 때가 안 묻고 신랑에게 순종적이다” “캄보디아 여성은 천성이 착한데 피부색이 햇볕에 탄 것 같다” 등의 내용을 여전히 올리고 있다. 연애 경력이 없는 여성인 걸 강조하는 광고도 있다.


무등록 결혼중개업체들의 광고는 더 심각하다. 한 무등록 업체는 여성들의 인터뷰 영상을 “실물이 낫다”는 식의 평가와 함께 차례로 내보내고 있다. 영상을 통해 소개된 인터넷 카페에는 더 노골적인 정보가 올라와 있다. 올 7월 여가부가 해당 카페를 적발해 폐쇄 조치를 내렸지만 업체는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계속 영업 중이다. 본보 기자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자 업체는 곧바로 해당 커뮤니티의 주소를 보내왔다. 이곳에선 여성의 키와 몸무게는 물론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데 동의했는지까지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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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인 등록업체 중에서도 홈페이지 등에서 여성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간단한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여성의 사진과 키, 몸무게 같은 신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여성 동의를 받았다’는 문구를 내세워 불법성을 피하려 하지만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명숙 대구이주여성상담소장은 “정회원에게만 여성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입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여성 김모 씨(31)는 “국제결혼 과정에서 여성의 사진은 남성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지만 반대로 여성은 사전에 정보를 얻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마치 남자만 여자를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불법·탈법 광고가 이주여성뿐 아니라 다문화 전체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여성을 상품화한 광고는 개인의 특징을 무시한 채 여성을 그저 단순화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광고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 현실에서도 이들을 ‘무조건 순종적이고 예쁜 여성’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국내의 다문화 결혼은 2만3773건으로 전체 결혼의 약 10%에 이른다.

유튜브 등을 통한 불법 국제결혼 광고가 이어지자 여가부는 최근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사진이나 동영상, 신상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하는 행위를 금지할 방침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유튜브처럼 별다른 가입 절차 없이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인권 침해의 우려가 크다”며 “무분별한 정보 공개를 금지하는 한편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불법 광고를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이주여성#국제결혼중개업체#불법광고#무등록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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