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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4개월 뒤, 어떤 대한민국 맞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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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4개월 뒤, 어떤 대한민국 맞을 건가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19-12-16 03:00수정 2019-12-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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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2년 7개월, 나라의 근간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흔들려
다원주의 부정, 직접민주주의 창궐…목적이 수단 합리화, 운동권 논리
진영논리 함몰돼 비정상의 일상화
박제균 논설주간
오늘로부터 딱 4개월 뒤, 21대 총선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내년 4월 16일 아침, 우리는 어떤 대한민국을 맞을 건가.

아직도 선거의 룰을 두고 지지고 볶고 있지만, 내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면 정국은 빠르게 총선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번 총선 결과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는 물론 이후 정권의 향방, 2022년 대통령 선거의 향배(向背)까지 걸렸다. 대한민국의 명운(命運)이 걸린, 말 그대로 ‘정초(定礎) 선거’다.

문재인 정권 출범 2년 7개월여, 우리는 나라의 근간(根幹)이자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목도한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국가원로는 “박정희 때부터 수많은 정권을 겪었지만 이런 정권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오랜 기간 역대 정부에 몸담았던 그는 문재인 정권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안전을 뒤흔들며 나라를 위험한 곳으로 끌고 간다고 우려했다.


단적으로, 집권 운동권세력은 대놓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을 표출해 왔다. 교과서의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고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오죽하면 조국이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하게 말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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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도 민주주의가 남으니 괜찮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상식으로 아는 민주주의와는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민주주의는 남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다원주의(多元主義)의 바탕 위에 대의제(代議制)를 통해 구현된다.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도 다원주의와 대의민주주의에 기반한다.

그런데 집권세력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다원주의를 사실상 부정한다. ‘우리만 옳다’는 서푼짜리 선민의식에 빠져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엔 민간인 사찰 DNA가 없다”는 둥 절대선(善)을 입에 올리곤 한다. 절대선을 입에 올리는 세력이야말로 위험하고 과격한 정치를 자행했음은 고금의 역사가 증명한다.

이 정권이 직접민주주의를 통치의 주요 수단으로 쓰는 것부터 진정한 민주주의를 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낸다. 과도한 직접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을 창궐시켜 나라를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 대통령 자신부터 촛불시위 이후 분출하는 직접민주주의를 방치, 아니 조장함으로써 우리 헌법의 근간인 대의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만든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청와대와 엇나가는 소리를 했다가는 문빠들에게 ‘좌표’ 찍힐까봐 숨도 못 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다원주의를 부정하고 직접민주주의가 판치는 토양에서 진영논리가 팽배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는 진영논리의 우산 아래선 실력이라곤 없고, 도저히 국정을 맡을 감이 안 되는 인사들도 안전하고 편안하다. 진영논리에 함몰되면 비상식과 비도덕, 심지어 범죄까지도 용인되는 비정상의 일상화를 우리는 조국 사태를 통해 충분히 목도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얼굴마담인 조국이 손으로 머리를 빗어 올리며 ‘검찰개혁’을 말할 때 이 정권의 ‘진짜 실세’들은 텔레그램 대화방까지 만들어 인사(人事)를 농단하고, 대통령 측근을 당선시키기 위해 독재 시대에나 벌였던 선거 공작까지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들이 옳다고 ‘착각’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합리화하는 80년대 운동권 논리에 푹 절어 있는 사람들에게 민주주의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그른 게 아닐까.

진보좌파 이론가 최장집은 최근 “현 진보세력의 직접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비슷하다”고 갈파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부정하면 직접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로 이어져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의 경제정책이 사실상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국가가 민간의 경제활동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국가주의, 정부만능주의 경향을 띠는 것도 결국 전체주의로 가는 길목일 것이다.

하여, 자유민주주의 ‘자유’란 두 글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다. 문재인 정권이 확 달라지지 않는 한 4개월 뒤 총선이 바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본다. 내년 4월 16일 아침, 우리는 어떤 대한민국을 맞을 건가.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文정권 2년 7개월#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다원주의 부정#직접민주주의 창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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