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강해져”…이탈리아 정치지형 흔드는 ‘정어리 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5일 23시 02분


코멘트

SNS서 시작 反극우 시민운동 “정어리는 떼로 뭉치면 강해”
로마 10만 명 참여 등 전국적 확산

14일 이탈리아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정어리(sardine) 모양의 다양한 손팻말을 들고 반(反)극우 집회를 연 시민들. 스스로를 정어리라고 칭하는 시민 10만여 명은 극우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와 동맹당에 대해 이민자에 대한 혐오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몸집은 작지만 떼 지어 이동하며 자신보다 몸집이 큰 적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극우주의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로마=AP 뉴시스
14일 이탈리아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정어리(sardine) 모양의 다양한 손팻말을 들고 반(反)극우 집회를 연 시민들. 스스로를 정어리라고 칭하는 시민 10만여 명은 극우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와 동맹당에 대해 이민자에 대한 혐오 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몸집은 작지만 떼 지어 이동하며 자신보다 몸집이 큰 적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극우주의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로마=AP 뉴시스
이탈리아 반(反)극우주의 풀뿌리 시민운동인 ‘정어리 집회’가 이탈리아 정치 지형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스로를 정어리(sardine)라 부르는 시민 약 10만 명이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이탈리아에서 득세하는 극우주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려 넣은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최대 야당인 극우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를 겨냥한 구호를 쏟아냈다.

정어리 집회는 지난달 이탈리아 중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볼로냐에서 30대 4명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볼로냐에서 1만5000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시칠리아, 밀라노, 토리노 등을 거쳐 수도인 로마에 상륙하면서 세를 점점 불리는 등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일반적인 집회와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집회의 이름을 정어리로 한 것은 몸집은 작지만 떼를 지어 이동하며 자신보다 몸집이 큰 적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변화를 이루자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산조반니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반파시즘을 상징하는 노래인 ‘벨라 차오’를 불렀다. 그러면서 이민자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정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살비니 전 부총리가 만들어낸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중단시키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셈이다. 집회를 제안한 4명 중 한 명인 마티아 산토리는 이날 연단에 올라 “우리의 목표는 광장을 가득 채우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말했다.

정어리 집회는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에밀리아로마냐주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진보 세력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보여 온 이른바 ‘좌파의 고향’이다. 중도좌파 정당인 민주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손잡은 연립 집권 여당으로선 반드시 사수해야만 하는 곳이다. 이민자 탄압, 난민 구조선 입항 봉쇄 등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주장해온 살비니 전 부총리는 좌파 연립정부가 이 지역에서 패배한다면 연립정부를 해체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