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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상인-주민 힘 모아 뉴욕 골목 상권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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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상인-주민 힘 모아 뉴욕 골목 상권 바꿨다

박용 뉴욕 특파원 입력 2019-12-12 03:00수정 2019-12-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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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현장을 가다]
건물주가 돈 대고 전문가가 경영
미국식 자율 상권 관리시스템으로
메이드 온 매디슨 전통 지키며 온라인-세계시장 공략해 위기 극복
미국 뉴욕 맨해튼 57가부터 80가에 이르는 매디슨 애비뉴에는 유명 력셔리 브랜드 매장과 빈티지 장신구(주얼리) 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매디슨 애비뉴의 한 상점을 찾은 두 명의 여성 고객이 가게 안에 걸린 장신구들을 쳐다보고 있다. 뉴욕=박용 기자 parky@donga.com
박용 뉴욕 특파원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 뮤지컬의 본산 브로드웨이, 패션 1번지 소호….’

세계 경제의 수도 미국 뉴욕에는 동네, 거리마다 차별화된 상권과 브랜드가 있다. 유럽, 중동, 중국 부자들은 센트럴파크 동쪽 매디슨 애비뉴에서 19세기 목걸이 반지 시계 등 ‘빈티지 장신구(주얼리)’를 구입한다. 미국에 수입되는 다이아몬드의 90%는 맨해튼 47번가 일대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를 거쳐 간다. 뉴욕에 다양한 상권과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는 건 골목상권을 키우려는 건물주, 지역 상인, 주민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주얼리 상점들은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방문한 ‘큰손 고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했다. 뉴욕시 전역에서 일주일간 주얼리 디자이너 및 장인과의 대화, 주얼리 특별 전시회 등 170여 개 주얼리 관련 행사가 열리는 이른바 ‘주얼리 위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벨라 네이먼 뉴욕 주얼리위크 창립자는 “지난해 시작된 주얼리 위크는 뉴욕의 주얼리 산업과 아티스트를 알리기 위한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매디슨 애비뉴의 주얼리 전문점과 공방,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갤러리, 교육기관인 뉴욕주립대 패션기술원(FIT), 버그도프굿맨 등 백화점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 ‘메이드 온 매디슨’의 전통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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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애비뉴는 1973년 주얼리 제조업 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57가에서 80가에 이르는 거리는 50여 곳의 빈티주 주얼리 전문점과 8개의 빈티지 시계 전문점 등이 모여 있는 뉴욕의 대표적인 ‘주얼리 쇼핑특구’로 성장했다.

매디슨 애비뉴의 귀금속 세공 공방에서 일하는 장인들.
이날 오후 1985년 창업한 매디슨 애비뉴의 귀금속 세공 전문 공방인 ‘레인스타인 로스 골드스미스’. 다이아몬드 세팅을 막 끝낸 21년 경력의 귀금속 장인 조니 알바레스 씨가 ‘땡땡땡’ 종을 울리더니 ‘펑’ 소리를 내며 샴페인 뚜껑을 땄다. 고가 주얼리 제작을 마무리한 기념으로 장인들이 치르는 조촐한 의식이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높은 맨해튼 고급 주택가 주변에서 주얼리 제작이 돈이 될 수 있을까. 이 공방은 기계나 틀을 쓰는 대량생산 방식 대신 장인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직접 다듬는 ‘핸드 크래프트(hand crafted) 제품’으로 뉴욕에서 3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뉴욕에서 디자인하고, 뉴욕의 장인이 만든 세계에서 유일한 주얼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장인들이 주문받은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고객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이 공방의 제니퍼 라보란테 제너럴 매니저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 각국에도 판매한다. 오늘은 독일에서 온 남성 관광객이 들러 ‘사흘 후 출국 전까지 결혼반지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매디슨 애비뉴의 장인들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보석 및 귀금속을 들여와 디자인하고 세공해서 전 세계에 판매한다. 뉴욕시의 주얼리 수출은 뉴욕주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뉴욕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연간 300억 달러(약 35조8000억 원)로 추산된다.

○ 세계의 고객을 끌어 모으는 패밀리 비즈니스

뉴욕시는 영국 런던과 함께 오래된 귀금속과 시계 등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빈티지 주얼리’ 시장으로 꼽힌다. 1970년대 200달러(약 24만 원)에 구매한 시계가 이곳에서 3000달러에 팔린다. 빈티지 시계 전문점의 장인들이 제품의 진위, 성능, 원산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수리해 보증서를 붙여 판매한다.

1897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창업했다는 빈티지 주얼리 전문점 ‘엘루테리’ 매장.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바그너 엘루테리 씨는 “세계 부자들이 알고 있는 ‘매디슨 애비뉴’라는 주소 자체가 가치”라며 “최근에는 러시아 중동 중국인들이 빈티지 주얼리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빈티지 주얼리는 사용 목적이 강한 일반 제품과 달리 부자들의 수집과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매디슨 애비뉴의 전통은 대를 이어 가업(家業)을 이어가는 ‘패밀리 비즈니스’들이 만들어낸다. 이들은 공방이나 고객들과 수십 년씩 거래하며 신용을 쌓는다. 에이미 로시 아로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매디슨 애비뉴에서는 1만 달러가 넘는 주얼리 제품도 계약서를 쓰지 않고 악수로 거래를 마무리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 건물주, 상인, 주민이 지키는 골목상권

상권은 지역 상인과 주민, 건물주가 모두 공유하는 ‘무형 자산’이다. 상권이 형성되면 모두 이익을 얻지만 공유지처럼 상권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책임은 모호하다. 뉴욕에는 1980년대부터 골목상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식 상권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매디슨 애비뉴 등 뉴욕 주요 상권마다 건물주, 상인,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해 상권 마케팅, 치안 및 거리 미화, 투자 등을 담당하는 비영리조직인 ‘비즈니스개선지구(BID)’ 76개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면 BID를 세울 수 있다. 타임스스퀘어 얼라이언스, 그랜드센트럴파트너십, 가먼트디스트릭트얼라이언스, 브라이언파크코퍼레이션 등 대형 BID의 연간 예산은 500만 달러(약 60억 원)가 넘는다.

BID의 예산은 상권 형성으로 건물 등 부동산 소유주들이 재산세와 함께 납부하는 특별부과금으로 약 74%를 충당한다. 뉴욕시가 이 돈을 걷어 BID에 직접 나눠준다. BID 운영이사회에는 건물주 상인 주민 지역 정치인들이 참여한다. 이사들은 회원들의 선거로 선출된다.

매디슨 애비뉴에서도 주얼리 위크 등 상권 마케팅과 지역 내 치안 및 환경미화 등을 지원하는 매디슨 애비뉴 BID가 1996년 설립돼 활동하고 있다. 보안 요원 10여 명, 청소관리 요원 10여 명 등이 관할구역 내의 낙서를 지우고 쓰레기를 치우거나 방범 활동을 한다. 타임스스퀘어, 브라이언트파크, 그랜드센트럴역 등 뉴욕의 대표적인 관광지들은 건물주와 상인들이 BID를 만들어 지역경제를 되살린 곳으로 꼽힌다.

○ 온라인과 해외시장 공략으로 위기 극복

뉴욕 골목상권도 많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랜 기간 가업을 잇던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다. 벨라 창업자는 “뉴욕뿐 아니라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역에서 임대료가 오르면서 오래된 상가 등이 밀려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디슨 애비뉴는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주얼리 위크는 전 세계 주얼리 전문가들과 고객들을 뉴욕으로 불러오기 위한 대표적인 글로벌 마케팅 행사다. 20년째 매디슨 애비뉴 BID 회장을 맡고 있는 매슈 바워 씨는 “뉴욕시의 오프라인 상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투자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5개 국어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천만 원짜리 장신구를 거래하는 빈티지 주얼리 상점들은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고 온라인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상점의 웹사이트는 4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귀걸이, 2만 달러짜리 핑크 사파이어·다이아몬드 반지 등 빈티지 주얼리를 인터넷에서 주문받아 판매하고 있다.

‘빈티지 장신구’ 전문점 프레드 레이턴의 레베카 셀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빈티지 주얼리 제품은 5000∼200만 달러까지 다양하다”며 “빈티지 주얼리에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 확대를 위해 소셜미디어 등의 마케팅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이 온라인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건물주, 상인, 주민이 합심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뉴욕 골목상권은 쉽게 쇠락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매디슨 애비뉴#젠트리피케이션#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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