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中공장 철수로 지역경제 ‘붕괴’…후이저우 유령도시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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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폰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유령도시가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광둥(廣東)성 후이저우(惠州) 현지 르포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삼성은 10월 중국 내 마지막 스마트폰 공장인 후이저우 공장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삼성이 떠나면서 지역 경제에 미친 파장은 엄청났다. SCMP에 따르면 공장 인근 업체의 최소 60%가 잇따라 문을 닫았고 후이저우 공장과 연계된 광둥성 내 공장 100곳도 생산을 중단했다.

SCMP는 “후이저우 지역 소비가 죽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후이저우의 한 편의점 주인인 리화 씨는 “8월에 비해 매출이 80% 줄었다”며 “약국 슈퍼마켓 식당 임대주택 호텔까지 삼성 공장 직원의 소비에 기대지 않은 곳이 어디 있나?”고 호소했다. 중국인 삼성 근로자들이 살던 공장 인근 아파트 임대 가격도 뚝 떨어졌다. 공장 인근 식당 주인 리빙 씨는 “지금은 텅 빈 테이블만 남았다”고 말했다.

공장 폐쇄 충격은 후이저우에서 100㎞ 떨어진 광둥성 둥관(東莞)에까지 미쳤다. 한때 삼성 후이저우 공장에 납품하며 중국의 주요 로봇산업 기업으로 떠올랐던 광둥(勁勝)스마트그룹이 직격탄을 맞았다. 수년 전만 해도 직원이 1만 명이었던 이 기업은 현재 3000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삼성 공장 폐쇄 뒤 3분의 2가 일감이 없어 격일제로 근무한다. 일부는 3개월 강제 휴가를 가야하고 일부는 일주일에 1, 2일밖에 일하지 못한다.

2017년 삼성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수출이 시 전체 무역의 31%를 차지했던 후이저우 시는 삼성 공장이 문을 닫은 올해 10월 기업 전체 수출액이 전년 대비 27%나 떨어져 140억 위안(약 2조3752억 원)에 그쳤다. 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삼성 공장은 후이저우에서 완전한 공급네트워크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광둥성 공장들은 삼성 없이 운영이 어렵고 작은 상점, 식당들은 더더욱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으로 공장을 폐쇄했다. 당시 회사를 떠나게 된 중국 노동자들에게 퇴직위로금, 사회보험료 추가분 등을 제공해 중국 매체들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도 삼성의 품위 있는 기업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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