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미군기지 정화 비용, 한국이 부담하게 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11일 14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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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캠프 마켓A 정화 비용에만 773억원
주한미군 4개 기지 비용 1100억원 추산
용산기지+미반환 기지 합하면 수천억원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 전략 가능성

정부가 장기간 반환이 지연된 4개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용산 주한미군 기지 반환 절차를 공식적으로 밟기로 했다. 이번에 반환되는 4개 기지는 오염 정화 기준과 비용 문제 등으로 미국 측과 10년 가까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곳들이다.

특히 청와대는 지난 8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반환 26개 미군기지의 조기 반환을 적극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정부가 이번 4개 기지 반환을 추진해 오염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비용 문제 등은 미국 측과 향후 논의하기로 한 만큼, 이를 방위비분담금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11일 오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국과 제200차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장기간 반환이 지연돼온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반환받기로 한 미군기지는 원주 캠프이글(2009년 3월 폐쇄)와 캠프 롱(2010년 6월 폐쇄), 부평 캠프마켓(2011년 7월 폐쇄), 동두천 캠프호비 쉐아사격장(2011년 10월 폐쇄) 등 4곳이다.

정부는 10년 동안 4개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해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국제법상 오염 원인을 제공한 자가 오염 피해에 대한 회복 비용과 배상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측은 자국 법인 KISE(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원칙을 들어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상복구 없이 기지를 반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주한미군지휘협정(SOFA)에서 미국이 “시설과 구역을 원상 회복해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또한 이러한 원상회복 대신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해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는 부분도 발목을 잡는다.

이번에 정부는 미국 측과의 오염 책임 문제 관련 협의에 이미 상당 기간이 소요됐고, 이보다 시급한 문제가 기지 반환 이라는 측면에서 미국 측과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을 달고 즉시 반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즉 환경오염에 대한 정밀조사를 우리 측이 진행하고 추후 비용도 우리가 먼저 지불해 해당 지역의 숙원사업인 미군기지 부지 조기 반환 문제를 해결하고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미군이 오염 책임 문제와 관련해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협상을 이어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진전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오염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회비용’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

다만 미군은 단 한 번도 오염과 관련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미군은 전 세계에 주둔지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실상 미군기지 오염 비용을 전부 부담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번 주한미군 기지 오염 정화비용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부평 캠프마켓A의 다이옥신과 PCBs(폴리염화바이페닐), TPH(석유계총탄화수소) 등을 정화하는데 773억3000만원을 계획했다. 국내법 기준에 따라 계산된 액수지만 정부는 캠프마켓B 약 75억원, 캠프 롱 200억원, 캠프 호비 72억원, 캠프 이글 20억원 등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에 반환하는 기지들만 합쳐도 1100억원대에 달하는 셈이다.

아울러 용산기지는 아직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을 비롯해 다른 기지들까지 합하면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같은 비용들을 방위비 협상과도 연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방위비분담금 항목에 하나 더 넣자고 협상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이 다른 걸 많이 요구하니 주한미군 기지 반환 정화비를 항목 속에 넣어서 하자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실질적인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운 만큼, 오염 정화 비용을 항목에 넣어서 협상하는 전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증액 명분이 필요한 우리 입장에서 오염 정화 비용이 증액되면 자동적으로 우리 증액분이 늘어난다. 협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오염 정화 비용을 직접 방위비 협상 목록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군 관계자 등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방위비분담금 협상과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결국 한미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주한미군 4개 기지 반환 발표에서 “이번에 반환절차를 개시한 용산기지를 포함해 미군의 이전으로 폐쇄됐거나 폐쇄될 예정인 나머지 기지들도 미측과의 환경문제 관련 협의 진전 동향 등을 종합 감안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반환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원주·부평·동두천 지역 4개 폐쇄 미군기지를 즉시 반환받고 오염 정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통상 오염 정화에는 2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염 정화 작업이 끝나면 지자체에 매각되거나 우리 군이 사용하게 된다. 반환을 본격화하기로한 용산기지의 경우, 반환계획 수립→환경조사→환경협의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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