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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이여상 야구 교실 학부모 “모르고 당했는데 4년 자격 정지라니…” [강홍구 기자의 와인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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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 이여상 야구 교실 학부모 “모르고 당했는데 4년 자격 정지라니…” [강홍구 기자의 와인드업]

강홍구기자 입력 2019-12-11 11:19수정 2019-12-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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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선수 A군은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야구 교실에 등록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 씨가 운영하는 야구 교실이었다. 프로 출신 지도자의 교육을 받아 프로 데뷔의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였다.

한 달 뒤 이 씨는 A군의 아버지를 통해 비타민 접종을 권했다. 키가 크는 데 도움을 줄 거라고 했다. 도핑이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내 아이라도 (이 주사를) 맞힌다. 걱정 말라”고 했다. A군의 부모로서도 프로 선수 생활을 한 이 씨가 금지약물을 권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야구 교실 운영에 고교 리그 해설까지 하던 이 씨의 지속적인 권유를 선뜻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그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A군은 야구 교실 사무실에서 여러 차례 주사를 맞았다. 그 후로도 A군은 계속 야구 교실에 다녔다.






●A군 부모 “고의 아니다. 미성년자 감안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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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A군의 소변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19-노르안드로스테론(19-NA)’이 검출된 것. 도핑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이 씨는 자신이 투여한 약물에는 전혀 금지약물 성분이 없다고 발뺌했다. A군의 부모가 학교나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와 논의하려 할 때마다 이 씨는 “(이야기하면) A군의 야구인생이 끝난다. 내 말 들으면 오명 씻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때문에 A군은 식약처,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등의 조사에 협조해 감경받을 기회를 놓쳤다. 오히려 이 씨는 A군의 부모에게 선처 탄원서를 요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은 9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이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눈여겨볼 것은 A군의 자격정지 기간이다. KADA는 10월 청문위원회를 열고 A군에게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KADA의 한국도핑방지규정 제10조(개인에 대한 제재)에 따른 결과다. A군의 부모는 “잘못은 인정하지만 고의가 아니었고,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달라”는 입장이다. 고등학생 A군에게 4년 자격정지란 사실상 선수 생명의 끝을 의미한다.

관건은 고의 여부다. A군의 부모는 금지약물 구매 당시 이 씨에게 약물의 명칭, 성분, 부작용 등 세부사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전직 프로야구 이 씨를 상대로 선수와 선수의 부모가 해당 약물이 금지 약물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KADA는 의료인이 아닌 이 씨가 약물을 선수에게 판매했고, 일반 시중에선 구매할 수 없는 고가의 약물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고의라고 판단,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자격정지 기간을 정하는 데 있어 A군이 미성년자라는 사실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부모의 주장이다. KADA의 한국도핑방지규정 용어 정의에 따르면 과실(Fault) 정도를 평가하면서 선수 또는 기타관계자가 미성년자인지 여부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나와 있다. KADA 관계자는 “(과실 평가에) 미성년자 여부는 반영되기 위해선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3일에는 A군에 대한 항소위원회가 열린다. A군 측은 약물구매가 두 차례가 아닌 한 차례 이뤄졌고, 이 씨가 끝까지 관련 사실을 숨긴 내용 등을 내세워 약물 투여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할 계획이다.

●프로는 시즌 절반 출전정지, 아마추어는 4년 자격정지?

한편 프로 무대인 KBO리그의 제재와 비교 했을 때 상대적으로 아마추어 선수에 대한 징계가 무겁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도핑방지규정 10조2항(금지약물 및 금지방법의 존재, 사용 또는 사용 시도, 소지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에 따르면 최대 4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4년이지만 경우에 따라 2년으로 감경될 수도 있다.

반면 KADA의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 9조2항(금지약물 및 금지방법의 존재, 사용 또는 사용 시도, 소지에 대한 출전정지 처분)에 따르면 야구의 경우 ‘해당 연도 정규시즌 총 경기 수의 50%에 해당하는 기간’의 출전정지 처분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25%로 감경된다. 출전정지가 되면 별도의 자격정지 처분은 받지 않는다. “프로 선수에게 출전정지는 사실상 자격정지와 같다”는 게 KADA 측의 설명이다. KBO 규약에는 도핑에 대해 “KADA의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에 따라 제재”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프로스포츠 도핑방지규정의 경우 종목에 따라 출전정지 처분 기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야구, 농구, 배구는 정규시즌 총 경기수의 50%인 반면 축구는 4년, 골프는 1년이다. KADA 관계자는 “미국 프로스포츠 사례를 참고해 국내 프로 단체와 결정했다. 축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세계반도핑기구(WADA) 기준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의 처분 차이와 관련해 “프로 단체와 충분히 협의한 만큼 현재 별도의 변경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13일 항소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번복의 기회는 없다. 해당 징계 내용이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로 공식 전달된다. 청문위원회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A군의 자격은 2023년 6월까지 정지된다. A군의 어머니는 “어른들의 욕심으로 시작돼 결국 아이들이 그 죄를 받는 결과를 가져왔다. 야구만 생각하고 꿈을 키워 온 학생인 점을 감안해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A군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속여서 시작했다”는 이 씨의 진술서를 받아 KADA에 제출했다. 13일 항소위원회에도 서울시 초·중·고교 야구부 감독 60여 명의 서명을 받은 선처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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