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을지로서 본 한국의 색채-패턴에 큰 감명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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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참석차 방한 세계적 디자이너 베선 로라 우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석한 영국 디자이너 베선 로라 우드. 그는 마법사의 퍼포먼스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패션과 연지곤지를 찍은 듯한 독특한 메이크업처럼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담아낸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제공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석한 영국 디자이너 베선 로라 우드. 그는 마법사의 퍼포먼스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패션과 연지곤지를 찍은 듯한 독특한 메이크업처럼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담아낸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제공
오렌지색 눈썹, 현란한 무늬가 새겨진 원피스, 그리고 볼에 연지곤지를 찍고, 모자를 쓴 여인이 나타났다. 총천연색 메이크업과 동서양을 아우르는 의상은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다. “러시아 인형처럼 보이려고 한 패션 콘셉트입니다. 그런데 오다가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한국의 전통 결혼식에서 쓰는 모자(족두리) 사진을 보내줬지 뭐예요. 너무 예뻐서 눈이 휘둥그레져 걷다가 그만 꽈당 넘어졌죠!”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강연회를 가진 베선 로라 우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에르메스, 발렉스트라, 토리버치, 로젠탈, 페리에주에 등 글로벌 브랜드와 연이어 협업하면서 주목받았다. 그는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조합한 쇼윈도와 가구, 가방과 주얼리까지 다양한 디자인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불어넣고 있다.
2014년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노동의 과실’. ⓒAngus Mills
2014년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노동의 과실’. ⓒAngus Mills

“2014년 에르메스 윈도 프로젝트는 화가 앙리 루소의 정물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작품을 2D에서 3D로 바꿔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에르메스는 ‘노동의 과실’이라는 문구를 내걸 정도로 핸드메이드와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브랜드예요. 그런 정신이 담긴 오브제와 디스플레이 세트가 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달의 크레이터를 형상화한 ‘문록(Moon Rock) 테이블’. 베선로라우드스튜디오 제공
달의 크레이터를 형상화한 ‘문록(Moon Rock) 테이블’. 베선로라우드스튜디오 제공

토리버치와 협업한 카나페 시리즈는 ‘가짜 음식’을 테마로 만든 설치물이다. 치약을 짜놓은 듯 독특한 무늬로 디자인한 발렉스트라 가방에는 ‘여러 색이 레이어링된 나폴리 아이스크림과 1970년대 아버지의 넥타이, 여기에 약간의 민트 치약을 섞은 어딘가’라는 흥미로운 설명이 붙어 있다. 그는 “사람들은 자연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산업화도 추구하는 이중적인 발전을 해왔다. 저는 늘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발렉스트라와 협업한 ‘치약 컬렉션’. 발렉스트라 제공
발렉스트라와 협업한 ‘치약 컬렉션’. 발렉스트라 제공
그는 럭셔리 브랜드가 흔히 주목하지 않은 소재를 즐겨 사용한다. “영국 왕립예술학교 재학 시절부터 맨홀 뚜껑이나 래미네이트, 대리석, 벽돌처럼 일상의 사물을 관찰해서 패턴을 찾아내는 작업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데이비드 호크니(영국 유명 화가)가 1980년대 중반 팩스 머신으로 출력한 패턴으로 작품을 만들었듯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나도 여러 도구에 도전해왔다”고 말했다.

2016년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자연으로의 질주’. ⓒAngus Mills
2016년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 ‘자연으로의 질주’. ⓒAngus Mills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복사기 위에 살라미(말린 햄)를 놓고 고기의 마블링을 수차례 반복해서 카피해 봤어요. 복사기의 채도를 조절해 빨강, 파랑, 초록 등 특정 색만 강조해서 복사하면 끊임없이 새로운 패턴이 나왔죠. 또 폐목재를 살펴보다 ‘갈색도 모두 같은 갈색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어요. 모든 사물에 접목된 ‘세컨더리 컬러(Secondary Colour)’를 탐구하면서 나만의 색채 조합을 찾게 됐습니다.”

그녀는 각국 여행에서 찾아낸 컬러와 패턴을 디자인에 활용하기도 한다. 멕시코 과달루페의 성모마리아 바실리카 성당 창문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받은 ‘과달루페 소파’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강남구 봉은사, 중구 을지로, 종로구 광장시장 등을 찾았다.

“봉은사의 초록색 문과 빛바랜 살구빛 건물 색채가 너무 좋았어요. 재래시장에서 본 옷과 섬유, 건물 지붕, 을지로에서 본 파이프와 조명 등에서 무궁무진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몇 년 안에 한국 등 아시아에서 발견한 컬러와 패턴을 활용한 디자인 작품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
#로라우드#아시아 디자인#에르메스 윈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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