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돌리고 지역기업과 손잡아… 작지만 취업 강한 대학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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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청년드림대학 평가]‘청년드림대학’ 진입 12개 학교
동아일보-고용부-마크로밀엠브레인 공동평가

작은 대학이지만 학생의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비장의 무기’는 막강하다. 동서대는 국제화라는 강점을 이용해 해외 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 중이고 충남대는 매주 선배 기업인이 창업 이야기를 들려주는 ‘보스 (Boss‘s Once a week Strart-up Story) 특강’을 운영한다. 원광대는 학생들이 진로 계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연극과 진로 상담을 연계한 ‘진로 공연 팩토리’를 진행한다(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각 대학 제공
작은 대학이지만 학생의 취업과 창업을 돕기 위한 ‘비장의 무기’는 막강하다. 동서대는 국제화라는 강점을 이용해 해외 취업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 중이고 충남대는 매주 선배 기업인이 창업 이야기를 들려주는 ‘보스 (Boss‘s Once a week Strart-up Story) 특강’을 운영한다. 원광대는 학생들이 진로 계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연극과 진로 상담을 연계한 ‘진로 공연 팩토리’를 진행한다(왼쪽 사진부터 시계 방향). 각 대학 제공
350점. 동서대 마케팅학과 07학번 강태우 씨(31)가 1학년 때 처음 받아 든 토익 점수다. 강 씨에게 영어의 벽은 높았다. 10년 후인 2017년 강 씨는 오랜 학교생활을 마치고 졸업했다. 그리고 동시에 미국 현지의 한 유통기업에 취직했고 현재 한국지사에 근무 중이다. 최근 강 씨는 본사로부터 “영주권을 받게 해줄 테니 다시 미국에서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이민을 준비 중이다.

영어로 입도 떼지 못하던 강 씨의 성공 배경에는 동서대의 ‘해외 취업 로드맵’ 효과가 컸다. 그는 2학년 때 동서대의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자매결연 대학에서 9개월간 공부했다. 4학년 때는 동서대가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K-무브 스쿨’을 통해 미국에서 무역물류 프런티어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 그 결과 미국 유통기업 취업을 추천 받았다. 강 씨는 “만약 연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미국에 취업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며 “연수 9개월 동안 내가 직접 낸 건 식비 300만 원뿐”이라고 말했다.

○ 작지만 강한 대학이 돋보였다


올해 청년드림대학에는 2017년 평가에 없던 새 얼굴이 많았다. 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경일대 광주대 대구한의대 동서대 세명대 원광대 전주대 중부대 충남대 호남대 등 12곳이다. 가톨릭관동대와 경일대 등 8곳은 2013년 평가 시작 후 처음 선정됐다. 가톨릭대와 동서대 전주대 충남대는 4∼6년간 1단계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 1단계 평가에서는 불과 0.1점 정도의 차이로 청년드림대학 진입 여부가 엇갈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청년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대학들이 더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들 대학은 학생 취업과 창업 분야에서 특히 성과가 높았다. 과감히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지역사회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아이디어 사업으로 성공한 경우였다. 문현웅 씨(24)도 학교 특화사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다. 광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4학년인 문 씨는 올 9월 광주라마다호텔 조리부에 취업했다. 광주대 학생이 이 호텔 조리부에 취업한 건 개교 이래 처음. 경력도 없는 대학 졸업생이 호텔 조리부에 들어가는 게 워낙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라마다호텔이 광주대의 ‘가족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광주대는 지난해부터 지역에 있는 다양한 기업을 취업 연계 가족회사로 가입시켰다. 학생들이 현장 실습이나 인턴을 마치고 취업까지 할 수 있게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이다. 현재까지 기업 115곳이 광주대의 ‘가족’이 됐다. 분야는 제조업과 디자인 미용 부동산 금융 등 다양하다. 제조업 분야에는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도 많다.

가족회사에 가입하려면 반드시 ‘취업’을 약속해야 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신규 채용을 줄이고 가급적 경력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교수들이 나섰다. 직접 기업체 담당자를 만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에 맞춰 학생을 키울 테니 믿고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졸업생 10여 명이 가족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 전담 홍호표 경영학과 교수는 “해당 기업들과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 수요를 수시로 반영하겠다고 강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동서대는 해외 취업의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잘하는’ 특성화 분야인 국제화와 디자인,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2, 3학년 때 해외 취업 동아리나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어학 교육에 집중했다. 현지 수업료나 항공료, 기숙사비는 학교 측이 전액 지원한다. 디자인 전공은 미국 패션스페셜리스트나 산업그래픽 디자이너 양성, 마케팅 전공은 무역물류 프런티어 양성 같은 과정을 들을 수 있다. 2015년부터 4년간 동서대 학생 343명이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 ‘자기 주도적’ 적성 찾기가 대세

가톨릭관동대 학생들의 2학기 개강은 1학기 때보다 분주하다. 본강의 시작에 앞서 ‘특별 강의’ ‘페스타(Festa) 집중학기제’가 시작된다. 전공과목이 아니라 면접 특강, 비즈니스 매너 강의 등 취업과 진로, 창업과 관련된 특별 강의가 110여 개나 개설된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강의를 선택해서 15시간 이상 듣고 1학점을 인정받는다.

세명대 신입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진로를 고민할 때 2월에 열리는 ‘꿈 설계학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다. 입학 전부터 진로와 학업에 대한 진지한 자세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음주와 친목 위주의 오리엔테이션 문화에서 탈피해 기숙사에서 합숙하며 전공 교수와 선배로부터 학과 비전과 교육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호남대 학생들은 4년간 자신의 커리어 로드맵을 꼼꼼히 실천해야 한다. 로드맵에 따른 진로 설계나 역량 개발 같은 필수 과목을 이수하는 것이다. 가톨릭대는 신입생의 진로 설계를 돕기 위해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온라인에서는 진로 지도 강의를, 오프라인에서는 진로·취업 전문가 특강이나 전공·진로 박람회를 열어 1학년 때부터 자기 주도적으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 지겹지 않고 즐거운 진로 지도

지방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로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정보는 물론이고 체험 프로그램도 부족하다 보니 빨리 지치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들의 진로 지도나 설계 프로그램에서 흥미 유발이 중요한 이유다. 원광대의 ‘진로 공연 팩토리’라는 연극이 대표적이다. 유명 개그맨들이 자신의 사례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학생은 진로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전주대의 ‘진로 해시태그’도 눈길을 끈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진로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면 장학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팀은 10주간 활동하고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전주대 관계자는 “지방대 특성상 학생들의 취업 동기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이벤트를 통해 이런 한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청년드림센터 드림평가팀: 이성호 팀장 서현석 부장
정책사회부: 박재명 최예나 김수연 위은지 강동웅 사지원 기자

사지원 4g1@donga.com·위은지 기자
#청년드림#청년드림대학#우수대학#진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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