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美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임명…SF오페라 사상 첫 女지휘자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6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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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다음 세대 여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길"

유럽과 미국 등에서 격찬을 받아온 한국인 여성지휘자 김은선(39)씨가 미 샌프란시스코(SF) 오페라의 음악감독에 임명됐다. 1923년 창립돼 100년 가까이의 역사를 지닌 SF오페라 역사상 여성 음악감독이 탄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여성으로서 SF오페라처럼 규모와 명성을 자랑하는 대형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된 사람은 김씨가 처음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물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오페라 와이어 등 미 언론과 음악전문매체들은 5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SF오페라가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한국 여성 지휘자 김은선을 선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SF 오페라는 성명을 통해 김은선씨의 음악감독 임명을 공식발표하면서, 2020/2021 시즌이 시작되는 내년 8월 베토벤의 ‘피델리오’ 공연이 그가 지휘하는 첫 공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김은선씨는 지난 9년 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지휘를 맡았던 니콜라 루이소티의 뒤를 잇게 된다.

SF오페라는 김 신임 감독이 첫 계약 5년 동안 오케스트라 지휘뿐만 아니라 합창도 지휘하게 되며 매 시즌 최대 4번의 작품(production) 공연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선씨는 성명에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집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며 새로 지휘자직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SF오페라 음악감독 임명은 최근 미국 주요 오페라들의 음악적 리더십 변화를 나타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40년 간 오페라를 이끌다 성추행 스캔들로 2018년 해임된 제임스 레바인의 후임으로 2018/2019 시즌부터 야닉 네제-세겐에게 새로 음악감독직을 맡겼다.

시카고의 리릭 오페라 역시 20년 넘게 오페라를 지켜온 앤드루 데이비스 음악감독이 다음 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고 엔리케 마졸라가 새 음악감독을 맡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 신임 감독은 유럽에서 음악 인생을 시작했으며 2017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에서 25년만에 처음으로 첫 초청 지휘자로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해 미국에 데뷔했다. 그녀는 지난달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에 데뷔했으며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와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다음 공연에도 함께 하기로 돼 있다.

매슈 실벅 SF오페라 총재는 김은선씨가 독특한 에너지를 불러올 것이라며 “예술적으로 숙련되고 열정을 갖춘 사려깊은 지도자로서 오페라 내 모든 사람들로부터 믿을 수 없는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벅은 “그녀는 위대한 비전으로 무대를 이끈다.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 하나하나를 창조적으로 이끌어 각자 최선의 작품을 내놓게 만든다. 그녀에 의해 탄생되는 예술은 장엄하고 화려하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편 김은선씨는 5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12년생이었던 할머니가 ‘여의사’로 평생 불렸지만, 여자들도 그냥 ‘의사’로 불리는 시대를 보셨던 것을 새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첫 여성 음악감독이 된 데 대해 감사해 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여성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은선씨의 최근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특히 지난 6월 SF오페라의 안톤 드보르작 ‘루살카’를 탁월하게 이끌어 격찬을 받았던 것이 이번 음악감독 임명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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