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만원 샤넬백, 대기만 10개월?”…불황 속 나홀로 잘나가는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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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6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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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에는 불황이 없다.”

예물용 가방을 구매하러 ‘샤넬’ 매장에 방문한 회사원 이모 씨(가명·28·서울시 강남구)는 깜짝 놀랐다. 원하는 상품을 수령하려면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의 말 때문이었다. 한 번뿐인 결혼인 만큼 예비신부에게 좋은 제품을 선물하고 싶었던 그는 결국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불황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명품업계는 여전히 봄바람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값을 지불하고 제품을 사려 해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샤넬·루이비통·티파니앤코 등 명품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품귀현상’을 빚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매장에 수십명 몰리자…문자대기 서비스 도입까지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압구정 갤러리아점 등 주요 샤넬 매장은 ‘문자대기’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당일 매장을 방문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매장 방문이 가능한 시간에 문자로 순번을 안내해 주는 방식이다.

샤넬이 이런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매장에 수십 명이 몰려 생기는 혼잡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기 상품의 경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길게는 6~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샤넬은 지난달 1일부터 클래식·보이샤넬 등 주요 핸드백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주말마다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 명품 루이뷔통과 미국의 주얼리 티파니앤코 등 주요 명품 브랜드 역시 가격을 상향 조정했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가격 인상 이후 샤넬 매장을 방문한 이씨는 “샤넬이 최근 가격을 인상했다는 말을 듣고 매장 방문 고객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대기 인원이 많아 놀랐다”며 “불황에도 명품은 잘나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4.6% 성장한 13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전 세계 8번째 규모로 우리나라 인구수(28위)를 감안하면 명품 선호도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최근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향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거나 또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밀레니얼 세대 ‘플렉스 문화’

빅데이터 컨설팅 업체인 롯데멤버스가 최근 발표한 ‘트렌드Y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내 명품시장이 3.5배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명품 브랜드만이 유일하게 활기를 띄는 모습이다.

특히 젊은층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같은 기간 20대 명품 소비는 7.5배 증가하며 명품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과거 일부 부유층만이 소비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명품이 젊은층까지 사로잡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른 이유로 이른바 ‘플렉스’ 문화를 꼽았다. 플렉스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인증샷을 남기는 문화를 의미한다.

하나를 사더라도 명품 제품을 구매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증가하자 명품 업체들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컨대 구찌는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로’를 영입해 중년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밀레니얼 세대를 주 소비층으로 끌어들였다. 발렌시아가 역시 ‘어글리 슈즈’, ‘삭스 슈즈’ 등 트렌드를 담은 제품을 선보이며 젊은층의 수요를 잡는데 성공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명품 수요가 높아지면서 브랜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젊은 감각의 디자이너를 영입하거나 밀레니얼 인구 밀집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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