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물건을 샀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오늘과 내일/문권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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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새로움에 끌리는 존재, 장수프로도 실제론 계속 변화

문권모 채널A콘텐츠편성전략팀장
문권모 채널A콘텐츠편성전략팀장
당신은 새 물건을 샀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여러 감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공통적인 것은 ‘기분이 좋아진다’는 표현일 것이다. 새 물건뿐만 아니다. 새로운 직업과 친구, 참신한 영화와 드라마 역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에 끌리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새롭거나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주의를 집중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는 신경세포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의 분비를 늘린다. 미국의 정보공유 사이트 라이프해커닷컴에 따르면 인간은 새로운 것을 따라가면 무언가 괜찮은 것(보상)을 발견할 것이란 기대로 새로움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이런 인간의 본성은 ‘뻔한 것에 대한 시간낭비’를 막는 동시에 진화와 문명의 발전에 확실한 기여를 했다.

새로움에 대한 추구는 예술 작품의 창작에도 큰 영향을 끼쳐왔다. 예술은 새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다. 반복은 시시함과 지루함으로 이어진다. 상투적인 문구나 표현은 수준 낮은 작품의 특징으로 여겨진다.

상투성을 탈피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새로운 사조와 작법을 만들어왔다. 수미상관(首尾相關)의 액자 형식 같은 구조적 실험과, 낯설게 하기 같은 내용상의 실험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두에 ‘○○시간 전’ 같은 ‘떡밥’을 던지거나, 1인칭 시점으로만 촬영을 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라 시청자가 주인공의 행동을 직접 선택해 극의 전개가 달라지게 하는 방식도 나왔다.

사실 시청률을 놓고 경쟁하는 방송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다른 예술에서보다 훨씬 강하다. 내가 담당하는 편성의 기본 기능은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해 언제 방영하고 언제 종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사용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새로움’이다. PD들은 말할 것도 없다. 모 방송 책임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대학 친구는 후배들을 교육할 때 “최초이거나 (차선책으로) 최고이거나”를 가장 강조한다고 한다.

‘장수 프로그램이 있지 않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장수 프로그램은 예전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과 사건, 배경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인공 역시 성장하고 변화한다.

‘새로움’을 발굴해 내는 것은 방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방송판에서 살아남으려면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세상의 변화와 새로움의 단초를 민첩하게 잡아내야 한다. 고수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일상에서 새로움의 단초들을 잡아낸다. 얼마 전 외부 인사 초청 강의를 듣는데 강사분이 본인의 아들 얘기를 했다. “워드프로세서의 저장 버튼으로 쓰이는 그림이 도대체 뭐냐는 거예요. 결국엔 본가를 뒤져 플로피디스크를 가져다 줬죠. 여기서 제가 깨달은 것은 옛것이 요즘 세대에겐 매우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었습니다.”

내 경험으론 이런 분들은 새로움을 대하는 마음가짐(mind-set)이 다른 것 같다. 현상이나 생각을 분해해 재조합하는 입체적 사고를 하고, 기존의 것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큰 화제라는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광고를 봤다. 70대 여배우가 오로라를 보러 북유럽 오지로 떠나는 내용이었다. 기존의 아웃도어용품 광고는 젊고 건강한 젊은이들이 자연에 도전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이 브랜드의 시도는 꽤 성공적이어서 “올겨울엔 꼭 ○○ 브랜드 옷을 사겠다”는 댓글까지 붙었다.

이것이야말로 왜 새로움이란 화두가 중요한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문권모 채널A콘텐츠편성전략팀장 mikemoon@donga.com
#도파민#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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