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 선거 D-2…홍콩 시민 “시위 지지는 안해도 야당 지지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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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이후 첫 민심 가늠자 구의원 선거 이틀 앞둔 폭풍전야 현장
시위 소강 22일에도 반정부 기습 집회 잇따라
홍콩 경찰 “24일 전 투표소에 무장경찰 배치” 긴장 고조


5개월째인 홍콩 반중(反中) 반정부 시위 이후 첫 홍콩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구의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22일. 대규모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 점심시간 무렵 홍콩 시내 곳곳에서 기습적인 반정부 집회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2시 반경. 금융 기관이 몰린 중심가인 센트럴의 증권거래소 앞에 직장인과 시위대들이 점차 몰려들기 시작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이 곳에 와 있던 여성 직장인 N모 씨는 24일 선거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이냐는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에 “홍콩 정부(쪽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트럴에 있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이 여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시위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집회가 열리는 이곳을 찾았다. 그는 “홍콩에 정치적 민주주의가 없기 때문에 이번 달에 5000명이나 경찰에 체포돼도 막을 수가 없다”며 “(야당인) 범민주파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경찰이 6일째 시위대 고사 작전을 펴고 있는 시위대 최후의 보루 홍콩이공대 인근 공원에서 만난 요리사 레이산메이(56) 씨는 과격한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 않지만 “(친중파인) 건제(建制)파보다는 범민주파에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지금 홍콩 경제 민생이 모두 안 좋아져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이공대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레이 씨는 시위로 매출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반면 이 공원에서 만난 87세 여성은 건제파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24일 선거는 홍콩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700만 홍콩 인구의 약 60%인 413만의 유권자가 참여한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가 최근 1주일여 시위대와 경찰의 극한 충돌 이후 민심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의원 자체는 지역 생활현안을 다루지만 452명 구의원 가운데 117명이 향후 홍콩 행정수반인 행정장관을 간접선거로 뽑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구의원 선거인단은 다수당이 독식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는 구의회 다수당인 건제파가 112명 선거인단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범민주파가 다수를 차지해 선거인단 판도가 바뀌면 차기 행정장관 선출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콩 경찰은 24일 선거 때 사상 처음으로 모든 투표소에 폭동진압 경찰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홍콩=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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