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대표 만난 비건 “한미동맹 리뉴얼 필요”…‘방위비 인상’ 압박 본격 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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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수혁 주미대사(오신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뉴스1
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수혁 주미대사(오신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뉴스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21일(현지 시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한미동맹을 리뉴얼(renewal·재생)할 필요가 있다”며 양국 관계의 재정립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날 의회 인사 청문회에서 한국의 ‘무임승차’를 언급한 데 이어 동맹의 재설정 방침까지 밝히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는 흐름이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재직하다 최근 부장관에 임명된 그는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여야 3당 원내대표를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비건 지명자는 또 “한미동맹이 6·25전쟁 이후 60년 넘게 지났지만 왜 한반도에는 여전히 평화가 있지 않고 극단적 대치 상황인지 근본적 문제의식이 있다”며 “앞으로 역할 분담은 미국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면담 후 특파원들과 만나 “방위비 협상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나온 비건 지명자의 발언을 소개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건 지명자가 1950년 이후 한미동맹의 재생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미국 정부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동맹에 대해 새로운 (동맹전략의) 틀을 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비건 지명자는 ‘renewal’ 외에 ‘rejuvenation(다시 젊어짐)’ 등의 표현도 썼다고 한다. 오 원내대표도 “미 국무부가 상당히 전략적으로 준비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도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툴 케샵 국무부 동아태 수석 부차관보도 원내대표단에게 “한국에 있는 고속철도와 의료보험이 미국에는 없다”며 “다른 나라가 성장, 발전하고 자국민을 위해 일하는 동안 미국은 국민이 세금을 내서 (해외 안보에) 기여하느라 자국민을 위해 이뤄놓은 게 없다”며 동맹국의 증액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3당 원내대표들은 과도하고 무리한 일방적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으며, 기존 협정의 틀에서도 벗어나는 것이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는 “한미동맹의 정신에 기초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바탕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위비 분담 협상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원내대표는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에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요구는 비준권을 가진 국회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며 비준동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행정부와 달리 의회는 과도한 방위비 증액은 물론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과 애덤 스미스 군사위원장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한미동맹의 축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원내대표단은 전했다. 엥겔 위원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도 강한 우려를 표시하며 “우방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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