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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엔 자신 있다’가 시장에 보낼 신호[오늘과 내일/허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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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엔 자신 있다’가 시장에 보낼 신호[오늘과 내일/허진석]

허진석 산업2부장 입력 2019-11-22 03:00수정 2019-1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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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통제 어렵다는 방증으로 비칠까
경기 부양-집값 억제 충돌 정리해야
허진석 산업2부장
‘쉭∼ 쉭∼, 요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 주먹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입은 가만히 있자녀∼.’

배우 박철민이 유행시킨 대사다. 오래전, 영화 ‘목포는 항구다’에서 건달 역을 맡아 코믹한 연기로 웃음과 새 유행어를 선사했다. 웃음 코드는 실체와는 달라 보이는 허세 섞인 말에 있다.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부동산 집값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겠다는 메시지를 유독 자주 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한 6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관리 회피 지역은 향후 무조건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후 2주 동안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도 비슷한 발언을 쏟아냈다. 급기야 19일에는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고, 다음 날 이호승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보충 설명이라도 하듯 ‘고가 아파트 의심 거래 1500∼1600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하면 보유세 인상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언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분양가를 올리려는 움직임이 보이면 곧바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고가 아파트 거래를 한 사람들의 돈 출처를 꼼꼼히 캐내겠다는 경고로 투기적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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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전후로 저잣거리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을 정부가 찍어주는 셈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화되면 품질 나쁜 아파트가 나오고 그나마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더 오를 수 있다’ 등이 대표적이다.

저잣거리의 반응이 비전문가들의 단순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무시할 수는 없다. 집이 매매의 대상으로 투자 대상인 점을 인정한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곧 향후 시장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발표한 이후 2주 연속으로 해당 지역의 아파트 값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 인기 지역의 분양 아파트들은 최고 가점을 보유하고 있어야 당첨이 될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고도 있다.

효과는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이지만 시장의 단기 반응이 이렇게 나타날까 봐 고위 당국자들이 경고성 발언을 자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정부는 부동산 문제에는 자신 있다’고 한 발언이 시장에는 오히려 ‘실제 집값을 잡는 것이 어려우니 입으로만 소리를 내는 것 아닌가’ 하는 신호를 줄까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지금 정부의 정책 방점이 경기 활성화와 집값 잡기 어디에 찍혀 있는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대통령은 애써 ‘부동산을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고 19일 다시 밝혔지만 이미 많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들이 시행되거나 시행될 예정이고,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일 “이미 5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공약 이행이라는 이유로 사업성 평가 없이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동 단위로 최소화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아파트 공급과 경기가 지나치게 억제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 엇박자로 보고 유심히 살피고 있는 정책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는 심리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납득할 만한 ‘재료’를 제공하면 시장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확산된다. 그렇게 시장을 설득하려면 주거환경이 좋은 곳에 싼 집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해줘야 한다. 진짜 실력이 있다면 박철민의 유행어에 있는 것처럼 입은 가만히 있어도 된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h@donga.com
#부동산 시장#집값#분양가 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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