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투쟁”…與 “황제 단식”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1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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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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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끝까지 하겠다”며 이틀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단식의 명분이 선명하지 않다는 지적과 당직자들을 24시간 동원해 30분마다 건강 상태를 점검시키는 ‘황제 단식’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탄력을 제대로 받지는 못하는 형국이다.

황 대표는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당 회의를 열고 “자해 행위이자 국익 훼손인 한일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를 철회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황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23일 오전 0시)이 다가오면서 국가 위기가 너무 걱정돼 최대한의 투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었다”며 “나라가 온전해질 때까지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하겠다”고 했다. 이어 간이 책상이 놓인 스티로폼 깔개에 앉아 털모자와 패딩 점퍼를 입고 단식을 이어갔다.

황 대표는 앞으로 주간에는 청와대 앞, 야간에는 국회 천막을 오가는 ‘주청야국’ 단식에 나서기로 했다. 경호 문제로 청와대 분수대 앞에 천막을 못 치게 된 데 따른 고육책이다. 황 대표는 실제로 이날 오전 3시30분 국회의사당 앞 천막에서 수행비서만 대동하고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이동했다. 전날 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회 천막으로 돌아왔지만 청와대로 가겠다는 황 대표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우리 뜻을 (대통령) 가까이에서 전달해야한다”며 “천막 설치가 불법이라니 법은 지켜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전날에 이어 황 대표를 찾았다. 강 수석이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만찬에 여야 5당 대표를 모시려하니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자 당내에선 “단식 중인 사람에게 만찬을 권하다니 놀리는 거냐”라며 반발했다. 황 대표는 “제가 단식 중이란 말씀을 대통령께 전해 달라”며 거절했다.

황 대표가 12시간 단위로 당직자 4명씩 돌아가며 단식 현장을 24시간 지키라고 지시했다는 문서가 알려지면서 ‘황제 단식’ 논란도 불거졌다, 이 지침에는 △30분마다 대표 건강 확인 △대표 기상시간(오전 3시30분)대 근무 철저 △대표 취침 방해 안 되도록 소음 제어 등이 담겨있다. ‘미 근무시 불이익’이라고도 명시돼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한국당이 웰빙단식에 이어 황제단식이자 갑질단식을 선보인다”고 비판했다.

불출마 선언으로 당 해체 수준의 인적쇄신을 주장했던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인적쇄신과 통합 대신 단식에 매진하는 황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의원은 라디오에서 “단식 취지의 순수성은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불출마 선언에 선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제 말에 대한 답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야당은 황 대표가 당내 리더십 위기에 몰리자 단식 카드를 꺼냈다며 비판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서 “황 대표가 위기를 돌파하려고 택한 것이지만 국민들은 코미디로 본다”며 “단식은 당 대표 퇴진 요구를 막으려는 것이지만 저수지에 쥐구멍이 뚫리면 커진다”고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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