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편 병간호 둘째 부인에 더 많은 상속? 아니다” 판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1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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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재산 관련 기여분 결정 청구 재항고 기각
대법 "장기간 동거·간호만으로 기여 인정안돼"
"동거하며 남편 간호, 특별부양" 반대 의견도

대법원이 재산상속을 위한 기여분 산정시 배우자가 피상속인을 동거·간호하며 부양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여분이 반드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A씨의 두 번째 부인과 자녀들이 첫 번째 부인 자녀들을 상대로 낸 기여분결정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A씨 사망 이후 첫 번째 부인의 자녀들과 두 번째 부인·자녀들 간에 벌인 상속분쟁이다. 첫 번째 부인 자녀들이 두 번째 부인 B씨 등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을 청구하자, B씨는 2003년부터 2008년 3월까지 A씨의 투병생활을 간호한 점을 들며 기여분결정을 청구했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공동상속인들은 그 기여분을 제외한 상속재산을 나누게 된다.

지난 2005년 개정된 민법은 상당 기간 동거·간호 등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 부양하면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A씨에 대한 B씨의 간호를 특별한 부양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앞서 1심과 2심은 B씨의 특별 부양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여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 등은 재항고했지만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기간 동거·간호를 통해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반드시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면, 일체의 사정을 고려해 후견적 재량에 따른 판단으로 기여분을 정하도록 한 민법 및 가사소송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장기간의 동거·간호만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제1차 부양의무인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를 정한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배우자 부양행위에 대해 기여분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면, 해석으로 법정상속분을 변경하는 결과가 돼 민법의 입법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배우자의 모든 동거·간호를 특별 부양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기대여명(기대할 수 있는 생존 가능 햇수)의 증가로 배우자가 노년기에 투병하는 피상속인과 동거하며 간호할 가능성이 높아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기여행위를 기여분 산정에 적극 고려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배우자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조희대 대법관은 “배우자가 상당 기간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며 “동거하며 간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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