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포함 중국군, 홍콩거리 청소 명분 ‘경고성 단체행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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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사태 이후 첫 ‘부대밖 활동

17일 홍콩이공대 인근에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들이 총검을 장착한 소총을 들고 무장한 상태에서 부대 경비근무를 서고 있다(왼쪽 사진). 홍콩 주둔 중국군은 이날 홍콩 시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대 외부 활동에 나섰으며, 홍콩 경찰은 장갑차를 동원해 시위대 진압에 나서는 등 강경 대치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홍콩=AP 뉴시스·웨이보
17일 홍콩이공대 인근에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들이 총검을 장착한 소총을 들고 무장한 상태에서 부대 경비근무를 서고 있다(왼쪽 사진). 홍콩 주둔 중국군은 이날 홍콩 시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대 외부 활동에 나섰으며, 홍콩 경찰은 장갑차를 동원해 시위대 진압에 나서는 등 강경 대치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홍콩=AP 뉴시스·웨이보
홍콩 주둔 중국군에 최정예 테러 진압 특수부대가 파견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홍콩 주둔 중국군은 16일 홍콩 시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부대 밖 거리로 나와 활동해 홍콩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폭력 제압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한 직후여서 중국군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17일 시위에는 홍콩 경찰의 음파 대포가 처음 등장하고 시위대를 소총으로 처음 조준 사격하는 등 진압 강도가 훨씬 세졌다. 24일 예정된 구의회 선거를 앞둔 이번 한 주가 홍콩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다음엔 홍콩 시위대 청소할 수도”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웨이보(소셜미디어) 계정과 홍콩 언론에 따르면 16일 오후 4시 20분경 홍콩 주둔 중국군 50여 명이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3열 종대로 구보하듯 뛰어나와 부대 주변의 바리케이드와 보도블록 등을 치웠다. 이들은 40분간 작업하고 복귀했다.

특히 이들 중에는 중국군 최정예 반테러 특수부대 소속을 나타내는 농구복을 입은 군인이 상당수 포함됐다. 농구복 앞에는 호랑이 그림이 있고 뒤에는 ‘터잔바롄(特戰八聯)’ 또는 ‘쉐펑터잔잉(雪楓特戰營)’이라고 쓰여 있었다. 두 부대는 각각 중국군 서부전구(戰區) 제21집단군, 제76집단군 소속이다. 홍콩을 관할하는 중국군은 남부전구 소속이라는 점에서, 관할지가 아닌 홍콩에 반테러 특수부대를 파견한 것은 무력진압 대비용으로 풀이된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군인은 홍콩 언론에 “폭력을 제압하고 혼란을 끝내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시 주석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 ‘갑자기 거리에 나온 것이 홍콩 시민에게 나쁜 이미지를 줄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홍콩 시민의 박수 소리가 가장 좋은 이미지”라고 말했다. 군인들은 언론의 카메라를 막으며 취재를 거부했다.

홍콩 야당 의원 24명은 성명을 통해 “주둔 부대는 지역 사안에 개입하면 안 된다”며 “홍콩 헌법인 기본법과 주둔법을 위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윌리 람 홍콩중원(中文)대 교수는 홍콩 핑궈(빈果)일보에 “중국군이 홍콩 시민의 반응을 테스트한 것”이라며 “여론의 반대가 없으면 바리케이드 청소에 그치지 않고 다음엔 홍콩 시위자를 청소할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7일 ‘폭력 제압과 혼란 중단, 질서 회복이 홍콩의 당면한 가장 긴급한 임무’라는 1면 톱기사에서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홍콩의 운명은 항상 조국과 밀접하게 서로 연결돼 있다”며 “중앙정부와 전국 14억 인민은 홍콩이 모든 위험과 도전에 승리하는 가장 굳건한 지원자”라고 밝혔다. 런민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16일 사설에서 시위대를 “신종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했다. 홍콩을 총괄하는 한정(韓正)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는 앞서 15일 홍콩과 맞닿은 광둥성 선전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음파 대포 첫 등장, 소총 실탄 조준 사격


16일 소강 상태였던 시위는 17일 다시 격렬해졌다.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이공대가 지난주 중원대에 이어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전쟁터가 됐다. 경찰은 이날 장갑차에 장착한 음파 대포를 시위대에 쐈다. 경찰은 “무기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음파로 현기증, 구토, 부상은 물론이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갑차 등에서 시위대를 AR-15 소총으로 처음 조준 사격했다. 취재 기자에게 실제 소총 실탄을 발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인근 중국군 병사들은 소총에 총검을 착용한 모습이었다.

시위대는 이공대에서 가까운 해저터널인 크로스하버 입구에 불을 질렀다. 이공대 인근에서 시위대가 발사한 활에 홍콩 경찰 미디어연락사무소 소속 경찰이 맞았다. 왼쪽 종아리에 화살을 맞은 이 경찰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위대는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화염병을 발사하는 등 시위가 더욱 과격해졌다. 경찰 무장트럭도 불탔다. 홍콩 정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등 및 특수학교 등 모든 학교에 대한 휴교령을 18일까지로 연장했다.

24일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홍콩 정부는 혼란이 해결돼야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선거가 홍콩 야당에 유리한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선거를 연기하면 시위 격화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군#홍콩 시위#경고성 단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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