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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일베냐?” 교사 발언에 반발 하는 학생 조직, 전국 확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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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일베냐?” 교사 발언에 반발 하는 학생 조직, 전국 확대 조짐

김우정 기자 입력 2019-11-17 08:11수정 2019-11-1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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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교실로 파고든 정치]
이념 강요 논란이 학교-학생 간 불신과 학생들 간 반목 초래
외부 정치세력이 끼어들어 해결 어렵게 만들기도
10월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고 정문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 및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모인 가운데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들이 인헌고 일부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98
“아, 됐어요. 안 해요.”

11월 11일 오후 4시 무렵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 앞.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사흘 앞두고 하교를 서두르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학교 앞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철제 교문에는 ‘학교 관계자 허락 없이는 출입 금지’라는 표지와 함께 A0 용지에 각각 인쇄된 ‘학생회장단 기자회견문’과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의 입장’이라는 글이 게시돼 있었다. 교문 옆 울타리에도 손글씨로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혹은 ‘우리의 학습권을 지켜주세요’라고 쓴 플래카드가 여럿 눈에 띄었다. 최근 인헌고에서 시작돼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교육현장 정치 편향’ 논란이 남긴 흔적들이다. 기자가 학생 10여 명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모두 답변을 거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부분 “대답하기 싫어요” 같은 단호한 반응이었다.

이에 앞서 10월 23일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은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각 학수연 대표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인헌고 3학년 A군과 B군은 “학교가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인헌고 일부 교사의 일방적인 ‘사상교육’ 사례를 폭로했다. 학수연 수석대변인인 20대 C씨는 “학수연 활동을 하는 인헌고 학생은 40~50명”이라며 “이들은 교사들의 일방적인 이념 주입에 맞서 팩트 중심의 교육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교내 분열, “일방적 사상교육” vs “그런 적 없다”
11월 11일 인헌고 정문 옆 울타리에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우리의 학습권을 지켜주세요’ 등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김우정 기자]

이들은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퇴 압력을 두고 “사악한 검찰의 악의적 조사에 의한 것”이라 발언했고, 또 다른 교사는 일부 학생을 ‘일베’(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유저)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했다. 정규 수업 외 교내 행사에서도 교사들로부터 반일(反日) 구호 제창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학수연은 하루 전인 10월 22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서울시교육청에 인헌고 감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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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인헌고는 10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장 명의의 입장문을 냈다. 학수연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 주요 내용. 교사들의 ‘사상 주입’이나 학교가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을 퇴학 운운하며 탄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별도의 해명을 통해 반박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광화문광장을 방불케 했다. 보수 성향 유튜버 등 학수연 지지자 수십 명이 모였고, 그중 일부는 인터넷 방송으로 현장을 생중계했다. 이들은 일베 발언 당사자로 지목된 교사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를 역임한 점을 들어 ‘전교조 아웃’ ‘정치교사 파면’ 같은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 이후 보수 성향 단체들이 며칠간 정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자 재학생들은 피해를 호소하며 ‘외부 단체 개입과 학교 주변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재학생은 대부분 인헌고 사태에 대한 외부 관심이 몹시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였다. 10월 29일 인헌고 강당에서는 학생회 주관으로 1·2학년 학생 256명(전교생 566명)이 모여 ‘지혜 모으기 토론대회’가 열렸다. 학생들의 요구로 교사들은 행사에 개입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자기주장을 적어 학수연과 학수연 주장에 동조하는 보수단체를 비판했다.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학생들의 주장 문구에는 ‘학수연이 외부에 알린 것은 왜곡되고 과장된 것’ ‘나는 전혀 (사상을) 강요받지 않았다’ 등이 있었다.

인헌고 사태는 학교와 학생들의 상호 불신을 넘어 학생끼리도 서로 반목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인근 학원 강사들은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학생들에게 먼저 묻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또 “대부분 ‘잘 모른다’거나 ‘별 관심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인헌시장 골목에는 ‘인헌고를 지지하는 관악주민 모임’ 명의로 ‘인헌고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학생회·선생님·학부모님 모두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도 걸려 있다.

한국사 시험 문제에 등장한 ‘조국’ ‘윤석열’
10월 31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시민단체들이 인헌고 사태와 관련해 ‘학교·교실 정치 편향 교육 규탄 및 근절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교사는 ‘교육기본법’과 ‘국가공무원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에 따라 교육현장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진다. 학생의 학습권이 교사의 정치적 권리에 우선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인헌고 사태와 같이 일부 교사가 교실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10월 8일 부산 한 고교에서는 중간고사 한국사 시험에 조 전 장관 수사를 비난하는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문제는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부부장검사가 9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아라 파국이다. 이것이 검찰이다. (중략) 바꾸라 정치검찰’이라고 쓴 글을 지문으로 사용했다. 이어 이 글과 가장 관계 깊은 인물을 고르라며 조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보기로 제시했다. 이 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사회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환기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으나, 부산시교육청의 판단은 달랐다. 교육청은 해당 문제를 교육과정 내용과 무관한 정치적인 것으로 보고 재시험을 결정했다. 해당 교사 및 학교에 대한 징계도 검토하고 있다.

10월 29일에는 서울 성북구 소재 한 중학교 교사의 발언이 구설에 올랐다. 모 교사가 수업 중 보수 성향 개신교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전광훈 회장이 10월 초 광화문광장에서 연설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이어 교사는 나치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를 예로 들며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내용의 타당성을 따져 들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일부 학부모가 “한기총 회장을 히틀러에 비유했다”며 항의했고, 관할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교육청은 문제 발언이 정치 편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기총과 일부 학부모는 교육청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며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교사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일도 적잖다. 교육부의 ‘교원 정치운동, 선거 관리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4~2019년 5년간 정치 중립 의무를 위반한 교사 31명(초등학교 11명, 중학교 8명, 고등학교 9명, 교육청 소속 3명)이 정직·감봉 등의 처분을 받았다. 올해 적발된 서울 한 교사는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SNS 유세 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헌고 사태 또한 수능 이후 ‘확전’될 조짐이다. 11월 10일 일요일에는 전국 10개 중고교 학생 11명이 인헌고와 가까운 관악구 신림동에 모여 ‘전국학생수호연합’(전수연)을 결성했다. 서울과 경기 고양, 안산 등에서 온 학생들은 일부 교사가 “천안함 폭침은 조작된 음모” “원자력발전 찬성은 원전 마피아를 돕는 것” 등의 발언을 했다며 추가 고발했다. 전수연은 성명서를 통해 “정치세력화된 특정 교사 이익집단이 교육현장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30년간 주입해 학생들을 마루타로 사용했다”며 “‘교정(敎政)’ 농단에 맞서 ‘진정한 학생 독립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9년 설립된 전교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끼어들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전희경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5명은 10월 30일 서울시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인헌고 사태에 대한 교육청 대처가 미흡하다”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직접 조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11월 1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자유한국당의 교육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전교조 횡포에 교육현장이 이념과 정치에 물들었다”며 인헌고 사태를 거론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본청 및 인헌고 관할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소속 장학사와 직원들을 파견해 인헌고 사태에 대한 특별장학(각급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현장조사)을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능일인 11월 14일 이후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협약’ 절실

문제는 학내 정치 편향 논란이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이념적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루며 토론을 권장하는 것이 최근 교육 추세다. 전문가들은 “제2, 제3 인헌고 사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서울시 부교육감을 역임한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치 중립에 어긋나는 편향된 언행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일선 교사가 참고할 수 있는 교육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자료 마련에 참고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 그는 독일 교육계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꼽았다(TIP 참조).

1976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정치교육원은 보수·진보를 막론한 교육전문가들을 초청해 보이텔스바흐에서 정치교육 관련 학회를 개최했다. 당시 독일은 1960년대 ‘68혁명’(1968년 프랑스에서 전 유럽으로 확산된 사회변혁운동) 여파로 심한 좌우 이념 대립을 겪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교육현장에서도 정치교육의 원칙과 방법에 대한 이론(異論)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독일 교육계가 발표한 것이 정치교육 3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다. 이 협약은 △교사의 정치 견해를 학생에게 주입해서는 안 되며(강압 금지) △의견이 엇갈리는 주제에 대한 토론을 권장(논쟁의 필요)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미래 시민으로서 복잡한 이해관계 속 자신의 입장을 정할 수 있게 돕는 것(이해관계 인지)이다.

한편 학교 내부의 자율적 합의와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현장의 정치 중립을 교육부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교사와 학생 등 각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정치교육에 대한 자체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인헌고 사태에 대해 “학생들이 자신의 교육 경험에 대해 그 나름의 정치적 판단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교내 논쟁에 진영을 막론하고 외부 조직이 개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학내 구성원 간 원활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TIP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란…

1976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보이텔스바흐에 모인 독일 교육학자들이 합의한 정치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법 제도나 정치적 수단으로 강제되지 않고, 교육현장과 학계의 자발적 합의로 수용됐다. 현재까지도 큰 틀에서 독일 정치교육의 근간 역할을 한다. 이 협약의 3개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교사의 강압을 금지한다. 학생이 자립적 판단 능력을 갖게끔 한다.
② 정치와 학문에서 논쟁적인 것은 논쟁적으로 다뤄야 한다. 의견 차를 무시하는 것은 교사의 일방적 교화로 이어진다.
③ 학생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상황과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

인헌고에 대체 무슨 일이?
“거짓말쟁이는 조국”(학생)“너 냐?”(교사)

11월 12일 오후 하교 중인 인헌고 학생들. [지호영 기자]

인헌고 사태를 보면 현재 국내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자율적인 수업권을 배경으로 예민한 학생들을 자극하는 교사, 일부 학생의 주장을 교육 과정에서 포용하지 못하는 학교장, 교육 감독기관의 현장 방치, 사후 해결 기준과 수단 부재 등이 그 예다. 실제로 이 학교 일부 학생으로 구성된 학생수호연합(학수연)과 학교 측의 주장은 3주가 지나도록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학수연은 현 여권에 우호적인 교사들이 자신들의 정치관을 주입하려 한다 비판하고, 학교 측은 이들의 주장이 과장??·??왜곡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인헌고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학수연이 제기한 의혹과 학교 측의 해명을 중심으로 주요 논란을 정리해봤다.

① “너 일베지?” 교사의 ‘일베’ 낙인 논란

10월 초 인헌고 국어 수업시간. 졸고 있는 한 학생을 모 교사가 깨웠다. 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조는 이유를 밝혔다. 교사가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장학금을 알아보면 된다”고 하자, 학생은 “학원을 다녀서 피곤하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에서 학원으로 말이 바뀌자 교사는 학생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몰아세웠다. 학생은 “내가 왜 거짓말을 하나, 거짓말쟁이는 조국이다”라고 항의했다. 이에 교사의 입에서 “너 일베지?”라는 말이 나왔다.

인헌고 측은 그 학생이 교무실을 찾아와 ‘일베 발언’에 항의하자 교사가 당사자와 같은 반 학생들에게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수연 측은 형식적 사과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교사의 평소 정치 편향을 드러낸 것뿐 아니라 급우들 앞에서 학생을 망신 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 이어 학수연 수석대변인 C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치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학생을 ‘일베’로 매도하거나 사회과 수업시간에 현 여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보수세력을 폄훼하는 교사가 적잖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특별장학팀이 10월 인헌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서면조사에서도 20명의 학생이 교사로부터 “너 일베냐” 같은 비난을 들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인터넷상에서 타인을 ‘일베충’이라 비방한 30대 누리꾼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일베충’이라는 표현이 형법 제311조에 따른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인헌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한 해명자료에서 “해당 학생이 평소 수업 내용과 상관없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표현을 자주 썼다”고 주장했다. 일베 발언이 특정 정치이념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박의 일환이다. 하지만 C씨는 “교사가 제자에게 모욕에 가까운 표현을 쓰는 것이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② 마라톤대회 ‘반일’ 강요?…?그날의 진실은?

10월 17일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에서 1??·??2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인헌고 달리기??·??걷기 어울림 한마당’이 열렸다. 인헌고에서는 매년 주제를 정해 마라톤 대회를 연다. 지난해 ‘평화’에 이어 올해 주제는 ‘나라 사랑’. 학생들은 흰색 천으로 만든 띠에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나 ‘일본 경제침략 반대’ ‘동아시아 평화’ 등의 문구를 쓴 뒤 몸에 패용했다.

학수연 대변인 B군은 10월 23일 기자회견 전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행사에 참여한 한 학생이 직접 촬영한 3분 길이의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에서 학생들은 교사의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축하한다” “일본의 경제침략 반대한다”는 선창에 맞춰 각각 “축하한다” “반대한다”를 제창했다. 이 영상에는 일부 학생이 “이건 정말 아닌 거 같은데” “그거(영상) 일베에 올려” “아이 러브 재팬(I love Japan)”이라고 말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B군은 이 영상을 제보한 학생과 함께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이뤄지는 마라톤 대회에서 선생님들이 정치적 발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학수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도 마라톤 대회 사건은 대표적인 ‘사상 독재’ 사례로 소개된다. 이들은 “?‘일본 경제침략 반대’는 공교육이 아닌 가치관의 영역”이라며 교사들의 행사 진행을 “임시정부를 핑계 삼아 반일 사상을 주입시키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학교 측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이와 관련된 문구를 띠에 적은 학생이 많았으며, 구호 제창 과정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학수연에 반발한 재학생들이 10월 24일 결성한 ‘인헌고 학생가온연합’(학가연)도 SNS 계정을 통해 “이날 행사에서 교사들의 강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③ 인헌고 사태 전초전, ‘성평화동아리’ 사태

교사의 ‘일베 발언’ 논란에 앞서 인헌고에서는 ‘성평화동아리 WALIH’(왈리) 폐지를 놓고 동아리 소속 학생과 학교 간 갈등이 있었다. 왈리는 올해 3월 인헌고 학생 2명(학수연 대변인 B군 포함)이 성 평화 학습 및 실천을 위해 만든 동아리다. 지난해 9월 페미니즘을 ‘성파시즘’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성평화연대(한성연)가 결성된 이후 그 영향으로 페미니즘 타도의 한 방법으로 ‘성 평화’를 지향하는 동아리를 만든 것이다.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성별 간 평화를 지향하자는 주장이다.

학교는 왈리가 주장하는 성 평화 개념이 사실상 양성평등 가치를 훼손한다며 동아리 존속에 난색을 표했다. 두어 명의 교사가 왈리 지도교사를 맡겠다는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학교가 “지도교사가 없는 동아리는 폐쇄하는 것이 학교 방침”이라고 하자 왈리 소속 학생들이 반발했다. ‘페미니즘 사상 독재’ 성향을 지닌 교장과 교사들이 동아리를 강제 해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왈리가 제기한 교내 페미니즘 사상 독재 의혹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상당한 논란이 됐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높은 남초 커뮤니티나 반(反)동성애 단체 등이 이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안티 페미니즘’ 논란

한편 학수연과 왈리??·??한성연 사이에는 상당한 인적??·??사상적 공통분모가 있다. 11월 6일 한성연의 유튜브 계정에서 생중계된 영상에 따르면 한성연 대표가 현재 학수연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학수연 대표와 대변인을 맡고 있는 A군과 B군도 한성연 회원으로, B군은 수도권지부장이기도 하다. 학수연은 SNS에 게시한 여러 입장문에서 왈리 사태를 ‘사상 주입’의 주요 사례로 여러 차례 거론해왔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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