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베 핵심측근 “문희상 해법 나쁘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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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장, 일본측 자발적 참여 강조… ‘韓日기업 기부금+국민성금’ 제안
日 긍정반응 아베 의중 실렸을 수도… 소미아 종료 앞두고 미묘한 변화
15일 도쿄서 한일 국장급 협의… 전경련-경단련, 한일 재계 회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약 일주일 앞두고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핵심 측근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 강제징용 문제 해법에 대해 “나쁘지 않은 안”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은 13일 집권 자민당 의원들과 회동하며 양국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접근법에 대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의원들과 아베 총리 핵심 측근의 회동 소식을 전해 들은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안 자체 내용(일본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큰 틀)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려는 일본 민간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나 역시 큰 틀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핵심 측근은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과 양국 국민의 성금으로 기금을 만들자는 ‘1+1+α(국민 성금)’ 방안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6월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공식적으로 제시한 한일 기업이 기금을 만드는 ‘1+1’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곧바로 거절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아베 총리의 의중이 실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지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도 이날 외신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문 의장의 제안 내용 중 ‘자발적’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는 1959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가 만든 외무성 산하 재단법인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사사에 이사장은 주미 대사를 지낸 인물로 이날 발언은 미국 측과의 상당한 교감을 가진 뒤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15일 도쿄에서 한일 외교당국의 국장급 협의와 민간 기업 차원의 한일 재계회의도 열린다.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 회동은 양국 기업의 자발적 기부가 진행된다면 주요 역할을 할 단체들의 만남이어서 주목된다. 또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한일 국장급 협의도 의미가 크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주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를 하기에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점에서 양측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김범석 bsism@donga.com·박형준 특파원
#군사정보보호협정#한일 양국 기업#지소미아#강제징용 배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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