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제 쌓인 한미동맹, 받을 건 받고 줄 건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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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3일 방한 길에 “외교적 필요성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많거나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된다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직전 북한이 이달 중순 실시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대해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위협한 데 대한 반응인 셈이다.

북한은 그제 밤 이례적으로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냈다. 최근 잇달아 고위급 인사들을 내세운 데 이어 김정은이 위원장인 국무위 담화까지 발표한 것은 향후 더 큰 도발에 앞선 수순 밟기로 볼 수 있다. 담화는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줬지만 받은 것은 배신감 하나뿐”이라며 김정은의 심사를 대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한미는 그동안 대규모 연합훈련을 사실상 폐지하고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도상연습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비핵화 조치는 전혀 없이 잇단 단거리 도발을 감행해온 북한이 반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에스퍼 장관이 훈련 조정 의사를 밝힌 것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그간 “북한의 분노에 따라 훈련 규모를 정하지 않는다”고 했던 미국이다. 먼저 북한의 도발 중지 약속부터 받아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한미동맹의 3대 축인 연합사령부와 주한미군, 연합훈련은 모두 흔들리고 있다. 연합훈련은 대거 축소됐고, 한미연합사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른 지휘체계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은 주한미군까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카드로 이용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주일 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미국은 우려를 넘어 강력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설정한 연말 협상 시한을 앞두고 위협의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미동맹은 갈수록 표류하면서 안보 불안은 커지고 있다. 각종 현안이 난마처럼 꼬여 있지만 그럴수록 진정 국익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우선순위와 경중(輕重)에 따라 얻을 것과 내줄 것을 가리면 운신의 폭도 커진다. 정부는 상대의 조치만 기다리다 반응하는 수동적 외교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끄는 능동적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한미동맹#미국 국방장관#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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