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어 쉽고 수학 어려워…‘불수능’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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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4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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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전반적으로 전년도보다 다소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전년도 수능이 ‘불수능’으로 불릴 만큼 어려웠기 때문에 이보다 약간 쉽다 하더라도 변별력은 충분히 갖춘 시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학은 전년도 수능만큼 까다로워 상위권을 변별할 영역으로 꼽힌다.

◇‘불국어’는 없었다…국어 전년도보다 쉬워

국어는 전년도 수능보다 쉬운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일선교사들과 입시기관들은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번 수능은 전년도나 올해 6·9월 모의평가보다 상당히 쉽게 출제됐다”며 “예년 수능에 비해 전 영역의 EBS 반영비율이 높았던데다가 선택지와 지문이 상당히 짧게 구성돼 체감 난도도 낮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1교시로 치른 국어가 전년도보다 평이하게 출제돼 학생들이 2교시 이후에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임할 수 있을 정도”라고 평했다.

최고난도 문항으로는 독서영역의 40번 문항(이하 홀수형 기준)을 꼽았다. 사회분야와 경제분야가 접목된 문항으로 BIS 비율(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기자본 비율)을 다룬 지문이다.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자고등학교 교사는 “해당 문항과 연계된 지문은 EBS 연계가 아닌데다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경제분야까지 다루고 있다”며 “또 BIS 비율 용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데, 학생들이 그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풀 수 있다. 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학영역의 22번도 어려운 문항으로 지목됐다. 고전시가인 신계영의 ‘월선헌십육경가’를 소개한 지문과 연계된 문항이다. 김용진 교사는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고전시가이고 EBS 교재에 수록되지 않은 부분이 지문에 일부 포함돼 학생들이 지문을 읽고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년도 수능보다 다소 쉬워져 1등급 커트라인(이하 원점수 기준)도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년도는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84점이다. 이번에는 90점 내외로 다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입시업체들은 1등급 커트라인 90점을 적정 난도 출제로 본다.

◇수학은 전년도와 비슷…중난도 문항 까다로워 체감난도↑

수학은 전년도 수능 난도와 비슷했다는 게 현장교사들의 중론이다. 지난해만큼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전년도 수능 가형 1등급 커트라인은 92점, 수학 나형은 88점이었다. 1등급 커트라인이 90점 안팎인 경우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평가한다.

교사들과 입시기관들은 중난도 문항이 까다로워진 게 변별력 있는 시험을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중상위권 학생들은 총 30개 문항 가운데 고난도 4개 문항을 제외한 26문항을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수석 교사도 “최근 출제경향을 보면 중난도 문항의 개수가 늘어나고 고난도 문항 개수는 다소 줄어든다”며 “중상위권 학생들은 문제풀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요할 가능성이 커 어렵게 와닿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의 고난도 문항인 객관식 20, 21번과 주관식 29, 30번은 예년보다 약간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은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만기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고난도 4개 문항에 대한 접근이 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입시기관들은 의견이 갈린다. 대성학원·대성마이맥, 유웨이 등은 수학 가·나형 모두 전년도보다 어렵다고 평가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수학 가형은 전년도와 비슷하고 수학 나형은 더 어렵다고 분석했다. 진학사는 수학 가형은 전년도와 비슷하되 수학 나형은 다소 쉽다고 평가했다.

◇영어, 작년 수능보다 쉬워…1등급 비율 오를 듯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다는 평가다. 따라서 1등급 비율도 오를 전망이다.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이번 수능 영어는 전년도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어렵지 않았다”며 “전년도 수능에서는 함축된 의미를 추론하는 신유형이 있었는데 올해는 신유형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낯선 문제를 대개 어렵게 느끼는데 이런 문항도 보이지 않아 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창묵 경신고 교사도 “비교적 평이한 지문 출제가 많아서 전체적인 난도는 하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영역은 1등급 비율로 전년도 수능 또는 올해 모의평가와 비교해 난도를 가늠할 수 있다. 전년도 수능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5.30%였다. 올해 9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은 5.88%다. 김창묵 교사는 “이번 수능 영어의 1등급 비율은 전년도나 모의평가 때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는 34, 37번이 꼽혔다. 채현서 봉담고 교사는 “34번은 (전통적으로 어려운 문항인) 빈칸추론이며 과학을 역사적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 다룬 37번은 지문의 어휘가 상당히 어렵고 문장도 길어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구영역…사탐, 동아시아사·세계사·경제 어려워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사회탐구영역에서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경제 등 3과목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이밖에 수험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생활과 윤리를 비롯해 윤리와사상, 한국지리, 세계지리, 사회문화 등 6과목은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됐다.

과학탐구영역에서는 화학1을 비롯해 생명과학1, 생명과학2, 지구과학2 등 4과목의 난이도가 지난해와 비슷했다. 화학2는 다소 쉬웠던 반면 물리1과 물리2, 지구과학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한국사의 경우 지난 9월 모의평가와 지난해 수능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며 “선택지가 다소 어렵게 구성됐다”고 말했다.

2020학년도 수능은 전년도에 비해 다소 쉬워졌지만 변별력은 충분히 갖춘 시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창묵 교사는 “전반적인 이번 수능 난도는 전년도에 비해 다소 낮아져 최상위권은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중상위권은 수학이나 영어에서 일부 접근하기 어려웠다.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고 봐야 한다”고 총평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아주 어려웠던 국어와 영어는 다소 쉬웠지만 수학은 어렵게 출제돼 전체적으로 변별력을 갖춘 수능”이라며 “인문계는 국어와 수학영역, 자연계는 수학영역과 정시에서 수학과 비슷한 비율로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은 과학영역이 당락에 큰 영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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