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 조정 가능” 北 달래기 나선 美…1주일 전과 백악관 기류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4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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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13일(현지 시간)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시점은 북한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한 직후라는 점이 주목된다. 연말 시한까지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의식해 훈련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이런 시점과 관련된 것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외교의 길을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외교가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교(협상)의 필요성에 따라 (한미) 훈련을 더 많게 혹은 적게 조정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불과 일주일 전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과 랜들 슈라이버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우리는 북한의 분노 수준에 따라 훈련 규모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했던 발언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탄핵 위기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에 더 방점을 찍는 것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에스퍼 장관은 잇따른 북한의 위협 발언에 대해 “해외 지도자가 말하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것들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은 13일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비난하며 “미국이 지금과 같은 정세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국은 멀지 않아 더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의사표현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다만 ‘이번 훈련의 규모가 축소되느냐’는 질문에는 “이 시점에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언제라도 급변 사태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 한반도의 (군사)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협상 실패시 한미 연합훈련을 다시 강화할 수 있다는 의도도 동시에 드러낸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 내에서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로 인한 준비태세 약화 등 우려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 “연습 및 훈련의 증강 혹은 축소 등을 검토할 때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서 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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