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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흔드는 현대차, 구호만 외치는 정부[현장에서/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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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흔드는 현대차, 구호만 외치는 정부[현장에서/김도형]

김도형 산업1부 기자 입력 2019-10-24 03:00수정 2019-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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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라푸지아가 공개한 개인항공기의 개념도. 테라푸지아 제공
김도형 산업1부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22일 타운홀 미팅에 나섰다. 공개적으로 임직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 첫 행사다. 수석부회장을 줄인 ‘수부님’이라는 별칭을 자신도 알고 있고 편하게 써도 된다고 말하는 모습은 ‘수부’ 취임 1년 동안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이날 내놓은 얘기는 뜯어볼수록 무게감이 크다. 그는 차를 1000만 대, 1100만 대 생산해서 세계 1등 하는 기업이 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회사에 생중계되는 행사장에서 오너가 ‘양보다 질’이라고 얘기할 때는 대안도 있어야 한다. 정 부회장이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자동차 올인’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미래에도 자동차가 사업의 절반을 차지하겠지만 개인항공기와 로봇을 자동차만큼 팔면서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조직은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동성이란 개념을 자동차에만 한정 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느 사업이 잘될지 점치기 힘든 시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현대차만의 새로운 전략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자동차 산업 격변기에 살아남으려면 개인항공기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은 오히려 시도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어차피 현대차는 1000만 대 생산의 길로 갈 수도 없다. 정 부회장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를 얘기한 것이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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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질문자는 대부분 젊은 직원들이었다. 오너에게 “내 현대차 주식 어떡하죠?”라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유쾌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래에는 현대차가 자동차 기업이 아닐 수도 있다’며 본인을 포함한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자리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최근 정부가 ‘2030년 미래차 세계 경쟁력 1위’를 외치며 내놓은 정책이 떠올랐다. 미래차 시대로 가려면 기업과 정부가 함께 발 맞춰 가야 할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이인삼각’이 돼 같이 나아가고 있다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자율주행 분야의 한 연구자는 “테스트를 위해 돈 내고 사유지를 빌렸다. 규제 때문에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 테스트하기도 힘든데 정부가 만든 테스트장은 만원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한국 대표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란 틀까지 벗어던지며 생존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세계 최초’ 같은 구호에 집착한다. 절박한 기업 현장과 정부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현대차#미래차#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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