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 현장에 최측근 총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3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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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2019.10.23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2019.10.23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현장에 대미외교와 건설 업무를 전담하는 핵심 참모는 물론 가족을 포함한 최측근이 총출동했다. 남측에 ‘철거 지시’가 결코 협상용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각인시키면서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도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시찰에 동행한 참모들 중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지난주 김 위원장의 백두산 및 삼지연 방문 때는 동행하지 않았다. 특히 최선희를 수행시킨 것은 금강산 시설 철거가 단순한 대남 메시지 이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양보는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려했다는 것.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선희의 등장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 지시가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이 동행한 것은 김 위원장의 철거 지시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원춘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건설 붐이 일면서 ‘신 실세’로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건축가 출신 간부.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마원춘은 이미 새로운 금강산 지역에 대한 설계구상을 마치고 사전에 답사를 한 후에 김정은의 현지지도에 동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안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았던 부인 리설주도 김 위원장 시찰에 따라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리설주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금강산 방문 소식을 전하며 게재한 사진에 리설주가 김 위원장과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125일 만이다.

이외에도 김 위원장을 줄곧 밀착수행해 온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백두산과 삼지연에 이어 이번에도 수행했다. 이 둘은 김 위원장의 지난주 백두산 방문길에 김 위원장 뒤에서 백마를 타는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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