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거짓말쟁이”…이라크로 향하는 미군에 돌멩이·쓰레기 던진 쿠르드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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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거점 지역에 주둔했던 미군이 이라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쓰레기와 돌멩이 세례를 받았다.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때 동맹이라고 추켜세우며 지상전을 맡기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가 최근 터키의 공습을 사실상 묵인하고 철군을 결정한 것에 대한 분노다.

21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을 태운 군용 차량 100여 대가 시리아 북부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 주의 사헬라 국경 검문소를 지났다. 터키와 22일까지 시리아 북동부에서의 군사 작전을 중단하기로 한 뒤,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쿠르드 매체 안하 하와르의 영상에선 미군 철수에 화가 난 주민들이 군용 차량들을 향해 돌멩이와 쓰레기 등을 던지며 “배신자”, “거짓말쟁이” 등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000여 명의 시리아 주둔 미군 중 700여 명은 이라크, 200~300여 명은 시리아 남부에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부 병력은 계속 시리아 북동부에 배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리아 동북부 지역의 유전들이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미 NBC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일부 병력이 여전히 유전 근처에 있고, 이들을 계속 남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 협정 종료일(22일)을 맞아 향후 터키의 군사작전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 민병대가 안전지대에서 완전 철수 안하면 대규모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엄포를 놓아왔다. 이 경우 최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배치된 시리아 정부군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러시아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가 향후 시리아 북동부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2015년부터 지원했고,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이 반군을 제압하는 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재도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이 동시에 배치된 요충지 만비즈에서도 정찰 작전을 수행하며 양측의 충돌을 막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서도 미군 철수를 지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NBC는 미 국방부가 최근 아프간 미군 철수 명령이 갑작스럽게 내려질 수 있다는 판단아래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을 계기로 전쟁 기간이 길지만 성과는 불분명한 지역에서도 미군 철수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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