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안 되는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언행에 공화당도 ‘부글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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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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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옹호해온 공화당 내에서도 그의 좌충우돌식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탄핵안이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공화당이 우세한 상원에서는 무조건 부결될 것이라던 기존의 전망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폭스뉴스의 크리스 월레스 앵커는 20일(현지 시간)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의 인터뷰 도중 “공화당 내부 상황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공화당이 트럼프 탄핵에 충분한 찬성표를 던질 확률이 20%”라고 말했다. 20%는 대통령의 실제 탄핵, 파면에는 부족한 숫자이지만, 의회에서 대통령의 탄핵을 막을 철통장벽으로 여겨졌던 공화당 내의 이상기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앞서 공화당 원내사령탑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전략적 악몽이자 실수”라고 공개 비판한 직후 나왔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예부대들조차 그가 궤도를 탈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대통령의 기이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변에는 더 이상 그를 잡아줄 안전요원들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백악관 참모들의 잇단 경질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고 조언할 인사들이 크게 줄면서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책 결정이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백악관의 전직 고위관료들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실무진이 정상 간 외교 친서의 격식에 맞춰 작성한 초안을 손보는 정도가 아니라 ‘터프가이가 되지 말라!’ ‘바보가 되지 말라!’는 등 노골적인 표현이 그대로 담겼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참모들이 이런 대통령을 끝없이 통제해야 하는 일에 지쳐있고, 이제 그의 막무가내 행동을 막을 에너지도 부족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백악관의 한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하는 것은 몽상이 되어버렸다”며 “이를 시도했던 모든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실패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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