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퇴장 뒤 檢개혁 샅바싸움은 총선 전초전

  • 주간동아
  • 입력 2019년 10월 19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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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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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 14일 장관직에서 전격 사퇴함으로써 ‘조국 정국’이 막을 내렸다. ‘조국 구속’ ‘조국 수호’로 양분됐던 여론과 이에 기댔던 정국은 ‘조국 장관 사퇴’ 이후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까.

동생과 아내, 그리고 딸 등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고수한 표면적 이유는 검찰개혁이었다. 조 전 장관은 장관직 사퇴 하루 전날인 10월 13일 고위 당정청 협의를 했고, 장관 사퇴 몇 시간 전에는 직접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장관직 사퇴 마지막 순간까지 검찰개혁 선봉장을 자임한 것이다. 퇴임 직후 법무부가 ‘검찰개혁’이라는 키워드로 조 전 장관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배포한 것 역시 그를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조국 수호’에 담긴 뜻

조 전 장관이 임명된 후 그의 동생과 아내, 딸 등 주변인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가 한창이던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이 내세운 구호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이었다.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실질적으로는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 조 전 장관을 지키겠다는 ‘조국 수호’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왜 여권 지지층은 ‘조국 수호’에 나섰던 것일까.

조 전 장관은 여권에서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 내세울 유력 차기 주자로 떠올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입버릇처럼 얘기하듯, ‘20년 집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포스트 문재인으로 나설 차기 대선주자를 키워내는 것이 급선무다. PK(부산·경남) 출신에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조 전 장관은 여권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 차기 주자로 직행할 스펙을 갖춘 적임자로 여겨졌던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여권 차기 주자들의 잇단 불행도 조국 띄우기에 한몫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Me-Too)’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고,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서 차기 주자로 급부상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선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최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으로부터 인정받기가 어렵다. 한국 정치에, 한국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따져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깐깐한 국민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국 수호’와 ‘조국 구속’으로 양분됐던 10월 초,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차기 주자로서 조 전 장관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 전 장관을 대선주자 후보군에 처음으로 넣고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이낙연 국무총리(20.2%)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19.9%)에 이어 13.0% 지지율로 3위로 뛰어올랐다.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이재명 지사는 6.0%를 기록해 4위로 밀려났다. 이번 조사는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조 전 장관은 특히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TK(대구·경북), 연령별로는 20·30·40대,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2위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의 견고한 지지세를 바탕으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빅3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은 여러 국무위원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넘볼 수 있을 만큼 위상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조국 사태의 최대 승자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조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 총리의 선호도가 조 전 장관 등장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이 총리의 지지율은 8월 조사에 비해 4.9%p 하락했다. 리얼미터 측은 “조 장관이 (대선후보군에) 새로 포함되면서 6개월 연속 지속되던 (이 총리의) 상승세가 멈추고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투 트랙 검찰개혁 추진

10월 17일 윤석열 검찰총장(맨 앞)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10월 17일 윤석열 검찰총장(맨 앞)이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뉴스1]
조 전 장관은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났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는 일반 국민의 눈에 분명 실패한 장관으로 비칠 것이다. 그러나 여권 지지자들은 여전히 조 전 장관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최근 두 달 동안 조 전 장관 관련 뉴스가 하루 종일 도배되다시피 했는데, 이제부터는 여론 흐름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수십 건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에도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검찰 수사가 결론난다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전 장관 주변인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집중적인 수사는 역설적으로 ‘왜 검찰개혁이 필요한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고 덧붙였다. 통제받지 않는 검찰권이 특정인을 겨냥해 어떻게 행사될 수 있는지를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잘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엄경영 시대정신 대표는 “조 전 장관 주변인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을 지켜본 여권 지지층이 수사와 공소권 독점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며 서초동으로 몰려가 검찰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조 장관은 사퇴했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국’은 물러났지만 그가 앞장서서 외쳤던 ‘검찰개혁’이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조 장관 사퇴 후 검찰개혁은 청와대와 국회 두 갈래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려는 태도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 장관이 사퇴한 다음 날인 10월 15일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10월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검찰개혁은 아주 시급한 과제”라며 “감찰이 검찰 내에서 아주 강력한 자기정화 기능이 될 수 있도록 감찰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검찰개혁을 매개로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 대통령 등 당정청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를 부패와 경제, 공직, 선거 등 중요 범죄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더라도 검찰에 수사요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인정할 수 없으며, 모든 사건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로 지휘해야 한다면서 수사 범위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경우 패스트트랙에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의 안 두 건이 올라가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절대 불가’를 주장하고 있어 공수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몇 번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기로에 선 공수처 법안

먼저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두 건의 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합의가 급선무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나 기소권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공수처장 임명 때 더불어민주당은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백혜련 안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국회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했다면, 권은희 안은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국회가 공수처장 임명에 제동을 걸 수 있느냐, 없느냐에 가장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공수처장부터 수사관까지 모조리 임명하는 여당 안은 1980년대 청와대 직속 공안검찰을 부활시키는 것”이라며 백혜련 안대로 공수처 설치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바른미래당이 공수처 설치에 끝까지 반대할 경우 의결 정족수인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해 공수처 설치가 무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검찰개혁을 주장한 조 전 장관의 진퇴를 둘러싸고 두 달 가까이 논란이 일었다면, 앞으로는 공수처 설치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조국 수호와 조국 사퇴 공방의 빈자리를 메울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 국정운영 심판장이자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21대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조국 정국으로 촉발한 여야 주도권 다툼은 공수처 공방을 거쳐 내년 총선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 결과에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이 달렸고, 총선 결과는 곧 2022년 대선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1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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