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마라톤 섭렵하고 GX 매력에 푹 빠져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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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6>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운동하는 ‘GX’를 중년 남성들에게 추천한다. 투자하는 시간 대비 운동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즐겁게 운동할 수 있어 지겹지 않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여러 명이 모여 함께 운동하는 ‘GX’를 중년 남성들에게 추천한다. 투자하는 시간 대비 운동 효과가 클 뿐 아니라 즐겁게 운동할 수 있어 지겹지 않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임도선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58)는 협심증,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베스트 닥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치료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임 교수는 만병의 근원이 되는 대사증후군을 예방하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사증후군관리사업단장을 맡은 것 또한 이런 활동 중 하나다. 최근에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 체조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스스로가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라고 말한다. 다만 어렵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한다. 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생활운동’이다. 장비가 필요하거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 운동 종목을 따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골프도 최근에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운동 효과는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임 교수의 건강법을 들어봤다.

○ 버킷리스트, 마라톤 3회 완주

한때는 산을 자주 다녔다. 계절마다 한 번씩은 꼭 설악산에 가야 직성이 풀릴 정도였다. 최근에는 산행이 시들해졌다. 시간이 많이 드는 반면 운동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골프를 중단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 대신 일단 꽂히면 그 운동은 꼭 한다. 대표적인 것이 마라톤이다.

2008년 무렵이었다. 우연히 강원 춘천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사진을 접하게 됐다. 단풍이 빨갛게 물든 풍경에 매료됐다. 그런 거리를 달려보고 싶었다. 임 교수는 버킷리스트로 마라톤에 도전하기를 정해 놓았다.

곧바로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훈련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2011년, 임 교수는 반드시 마라톤에 도전하겠다며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처음엔 1km를 달렸다. 그 다음엔 2km, 또 그 다음엔 3km로 거리를 늘렸다. 그런 훈련 끝에 마침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마라톤에 입문한 후 달리기에 푹 빠졌다. 한 번 완주하니 또다시 완주하고 싶었다. 이듬해인 2012년, 임 교수는 동아마라톤 겸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4시간5분의 기록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임 교수는 그날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언제 서울 시내의 주요 도로를 달려보겠어요. 잠실운동장에 골인하는 것도 아주 인상적이었죠. 제겐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마라톤 완주라는 버킷리스트를 완성했으니 달리기를 관뒀을까. 아니다. 임 교수는 요즘도 매주 주말 오전에 달린다. 자택에서 양재천을 지나 한강 둔치에 이른다. 짧을 때는 5km, 길 때는 10km를 달린다. 거리를 더 늘리진 않는다. 미세먼지와 같은 유해 환경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달리기를 끊지는 못한다. 임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달려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마약과도 같아요. 끊을 수 없죠.”

○ GX에 빠지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 헬스클럽에서 임도선 순환기내과 교수(앞줄 왼쪽)가 트레이너(오른쪽)의 지시에 맞춰 운동을 하고 있다. 이날 ‘GX’는 사전 스트레칭부터 댄싱 등 한 시간 분량으로 진행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고려대 안암병원 내 헬스클럽에서 임도선 순환기내과 교수(앞줄 왼쪽)가 트레이너(오른쪽)의 지시에 맞춰 운동을 하고 있다. 이날 ‘GX’는 사전 스트레칭부터 댄싱 등 한 시간 분량으로 진행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달리기를 대체할 운동이 없을까. 임 교수는 한때 이런 고민을 했다. 실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했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운동을 발견했다. 일단 시작하니 푹 빠졌다. 마약과도 같다는 달리기보다 더 재미있단다. 바로 GX(Group eXercise)다. GX는 보통 헬스클럽 안에서 이뤄진다.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10∼30명이 같은 동작을 하는 일종의 그룹 운동이다.

임 교수가 GX를 처음 시작한 것은 3년 전이다. 사실 GX를 하는 방 안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히 망설였다. GX 참여자들이 대부분 여성이었던 것. 임 교수는 “솔직히 중년 남성이 여성들 틈에 끼어서 운동하려니 상당히 민망했다”며 웃었다. 그 민망함을 참으며 굳이 GX를 한 이유가 있다. 일단 운동 효과가 상당히 커 보였다. 트레드밀 위를 걷고, 근력 운동을 그렇게 많이 한 자신은 땀을 별로 흘리지 않는데, GX를 마치고 나온 여성들은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다. 기왕이면 같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은 효과를 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GX 방에 들어갔던 것이다.

민망함은 2, 3개월 지나니까 다 사라졌다. 게다가 예상했던 것보다 운동 효과가 훨씬 큰 것 같았다. 1시간 정도 운동하면 땀으로 옷이 다 젖어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트레이너의 지시를 100% 완벽하게 따라 할 수는 없었다. 임 교수는 “운동을 막 시작했을 때였는데 트레이너가 나를 따로 부르더니 제대로 된 동작이 거의 없다고 지적하더라”며 웃었다.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GX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여러 사람이 함께 운동하기 때문에 도중에 혼자만 중단할 수도 없다. 그러니 동작을 따라 하려는 노력 자체가 운동이 된다. 사실 지금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댄스 같은 동작은 따라 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보다 꼭 한 박자가 늦는단다.

3년 동안 매주 2회는 꼭 GX를 했다. 요즘에는 ‘GX 전도사’임을 자처한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그전에는 운동하면서 자주 시계를 봤는데, GX를 할 때는 그럴 새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이 매일 바뀌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테면 월요일에는 하체 근력 강화 운동, 화요일에는 코어 근육 강화 운동, 수요일에는 전신 스트레칭, 이런 식이다. 임 교수는 “프로그램이 매일 바뀌니 1주일에 2, 3회 참여하면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신체 밸런스 운동 등을 골고루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50대 이후 운동, 원칙을 지켜야”

임 교수는 일상적으로 운동을 할 것을 주문했다. 임 교수는 “헬스클럽에 등록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일주일에 얼마나 헬스클럽을 찾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심장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주일에 최소한 5회 이상 한 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심폐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50대 이후라면 가급적 매일, 한 시간 정도씩은 운동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에게는 또 하나의 운동 원칙이 있다. 부상 위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임 교수는 “특히 50대 이후에는 무리한 운동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 부족도 문제이지만, 과도한 운동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큰 문제라는 것. 임 교수는 “부상을 당하면 2, 3개월은 쉬어야 한다. 그사이에 운동 습관이 모두 무너지기 때문에 큰 손해”라고 말했다.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운동법을 물었다. 임 교수는 속도 조절을 권했다. 처음엔 걷기로 시작해서 탄력이 붙으면 빨리 걷기와 달리기로 바꾼다. 그러다 숨이 차오르면 속도를 늦춰 천천히 걷는다. 임 교수는 “천천히 걷기, 빨리 걷기, 달리기를 반복하면 무릎에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정한 운동 종목 하나를 골라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별로 권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지나치게 몰입하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른 운동이 되지 않아 신체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가급적이면 운동 초기에는 트레이닝을 받을 것을 권한다.

▼ 명의가 추천한 건강식단은 “골고루 먹는게 최고” ▼

한식 좋지만 염분-지방 적게 직접 요리를

[1] 건강식의 개념부터 잡기

임 교수는 “사실 건강식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식이다”라고 말했다. 하루 세 끼의 식사에 다양한 영양소를 적절히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임 교수는 “건강에 좋다는, 이른바 슈퍼 푸드도 한두 번 먹어서는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건강한 식습관을 지속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2] 건강한 밥상 만들기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된 한식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게 좋다. 섭취 열량 중 60∼65%는 탄수화물로부터 얻도록 한다. 지방은 20∼25%, 단백질은 15∼20%로 구성할 것을 임 교수는 권했다.

반찬은 주요 반찬과 나머지 반찬으로 나눈다. 육류, 생선, 해산물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주요 반찬으로 둔다. 여기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를 넣어 조리한 반찬 2종류를 곁들이면 좋다. 추가로 채소무침을 더 식탁에 올려 1식 4찬 형태가 되게 한다.

밥을 지을 때 부재료로 조, 현미, 흑미, 수수 같은 곡물이나 연근, 두부, 나물 같은 채소류를 넣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할 수 있고, 포만감을 빨리 느껴 식사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염분 줄인 식단 만들기

김치, 장아찌, 젓갈 등의 반찬은 소금 함량이 꽤 높다. 김치의 경우 항균이나 항암 작용을 하기에 안 먹을 수 없지만 가끔은 갓 만든 채소무침이나 구운 채소로 대체하는 게 좋다.

짠맛을 내기 위해 천연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일반적으로 버섯가루, 검정깨가루, 들깨가루, 다시마가루, 멸치가루, 새우가루로 부족한 간을 대신할 수 있다. 또는 소금 대신에 발효한 된장이나 간장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다소 싱겁게 밑간을 하고 음식을 만든 뒤 양념을 찍어 먹는 것도 좋다.

[4] 조리법 스스로 개발하기

외식 메뉴를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꽤 인기다. 이 때문에 쉽게 외식 메뉴를 집에서 먹는데, 이보다는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갈비찜 같은 경우 배달 음식은 설탕 함량이 상당히 높다. 임 교수는 “키위와 배를 조합해서 설탕 대신 넣어 만들어 먹어봤는데, 훨씬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겹살, 갈비 같은 음식을 먹고 싶다면 지방이 적은 목살이나 등심으로 바꾸고, 여기에 지방 배출을 돕는 채소를 곁들이는 새로운 조리법을 만들 수도 있다. 임 교수는 “나만의 방식으로 모든 음식을 건강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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