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文대통령, 임기내 한일갈등 해결 원해… 난 심부름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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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방일 앞두고 日언론 인터뷰
사토 前총리가 심수관家에 써준 ‘말 안해도 안다’는 默而識之 언급
서로의 상황 이해하자는 의미
“수출규제 이전 관계로 돌아가야… 규제 철회땐 지소미아 복원 검토”

“양국 정상이 역사적 의무라 생각하고 (한일 갈등을) 해결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8일 보도된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왕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 갈등의 해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일 정상 간 ‘메신저’ 역할을 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총리는 방일 나흘 전인 이날 공개된 아사히신문 및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이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 쌍방의 지도자가 후원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당면 문제를 이번에 모두 해결하기는 힘들더라도 자신의 임기 안에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아사히와 인터뷰 도중 ‘묵이식지(默而識之)’라는 사자성어를 적으며 “현재 한일 관계에 중요한 말”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뜻으로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자성어는 1974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일본 총리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뒤 400년 넘게 성씨를 바꾸지 않은 일본 내 대표적인 도자기 가문인 심수관가(家)의 14대 심수관을 만나 써준 휘호다.

아사히는 이 총리에 대해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울 뿐 아니라 현 정권의 최고 ‘지일파’로서 정상 외교의 일부를 맡고 있다”고 전했다. 또 1989∼1993년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재직했던 것도 자세히 소개했다. 기자로서 1990년 11월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즉위식을 취재한 그가 이번에는 총리 신분으로 아키히토 전 일왕의 아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을 지켜볼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한일은 물밑에서 강제징용과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해법을 놓고 막판까지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한일 간에 지소미아가 종료되고 연말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매각이 현실화되기 전에 물꼬를 터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다음 달 22일 이전에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리는 이번 방일에서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다양하게 접촉하며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 의지를 밝히고 교류와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특히 이 총리는 도착 당일인 22일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이 씨는 2001년 26세의 나이에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승객을 구하다 숨진 양국 우호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 총리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1시간 반가량 비공개 만찬을 갖고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낙연 총리#방일#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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