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방송, 여기자 넘어 모든 여성에 대한 모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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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방송 성희롱 발언 파문 확산
KBS노조 등 “기자 테러” 잇단 성명, 기자협회도 사과-재발방지 촉구
유시민 “제 태도-의식 결함… 큰 잘못” 논란 커지자 기자들에 사과 문자
성희롱 발언 기자도 SNS에 사과문… 여기자協 “해당방송서 공식사과를”

KBS 법조팀 여성 기자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화면 캡처
KBS 법조팀 여성 기자를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 유튜브 화면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나온 성희롱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16일 KBS 노조와 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성희롱 발언을 비판했다. 유 이사장과 해당 발언을 한 기자는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진정한 사과의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노동조합(1노조)은 16일 성명을 내고 “뚜렷한 증거도 없이 검사들이 KBS 기자를 좋아한다는 추측성 발언에다 ‘다른 마음’ 운운하며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은 그야말로 KBS 전체에 치욕을 안겨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2노조)도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희화화하고 웃음의 도구로 삼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유 이사장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성희롱 발언 당시엔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다가, 생방송 끝 무렵에야 “아까 발언이 성희롱으로 들릴 수 있다”고 해명한 대목을 지적했다. KBS공영노조는 “유 이사장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실시간 댓글에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방송 말미에 A 기자가 사과했다”고 했다. 또 “심각한 성희롱이며 인격모독적인 발언이다. KBS 기자 전체에 대한 테러”라고 비판했다.

KBS 내 기자협회와 여기자회도 공식 항의했다. KBS 여기자회는 “그런 표현을 들으며 출연자들은 즐겁게 웃었다. 단순히 한 KBS 기자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순수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KBS 기자협회도 “방송 중 이 같은 얘기를 사석에서 많이 얘기했다는 실토는 추잡스럽기까지 하다”고 꼬집었다.

한국기자협회도 알릴레오 제작진의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한국 사회는 미투운동을 계기로 보다 건전한 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다.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고를 버리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된 언행들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음에 부끄러움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16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성 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깊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A 기자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했다. A 기자는 사과문에서 “남자나 여자나, 기자라면 누구나 취재원, 출입처와 친해지려 하고 상대방의 호감을 사려 한다. 그런 취지에서 한 말”이라며 “인권 감수성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상처를 입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하지만 한국여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유 이사장과 A 기자는 사과문을 낸 데 그치지 말고 해당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 사과해야 한다. 책임 있는 처신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A 기자의 사과에 대해서도 온라인 댓글에선 “변명만 늘어놓고 발뺌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15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KBS 보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다뤘다. 패널로 출연한 A 기자는 해당 기사를 취재한 여기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B 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흘렸다”고 말했다. 방송에 함께 출연한 개그맨이 A 기자에게 “(좋아한다는 말이) 검사와 기자의 관계냐”라고 질문하자, A 기자는 “그럴 수도 있고,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소영 기자
#유시민#알릴레오#여기자#성희롱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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