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성장 기업 없어 日 이대로 가면 망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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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 유니클로 회장 일침… 아베노믹스 실패한 정책 평가
“재정지출-공무원 절반 줄여야”… “대개혁 외엔 길 없어” 정치혁신 주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로 잘 알려진 일본 퍼스트리테일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0·사진) 회장이 현 일본 상태를 ‘최악’이라고 평가하며 “이대로 가면 일본은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개혁 외에는 길이 없다”며 특히 정치 개혁을 주문했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자들은 정치적 발언을 삼가지만 그는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야나이 회장은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14일자) 기고문에서 “최근 30년간 세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최선진국에서 이제 중진국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 이유로 국민 소득이 늘지 않고, 기업도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에 본격적으로 대처하는 일본 기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창업자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도 우려했다. 야나이 회장은 “창업자가 경영하는 기업만 현재 성장하고 있다. 많은 창업자가 은퇴하기 때문에 ‘마지막 흥행’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샐러리맨이 성장해 경영자가 된 회사가 많은데, 이런 회사는 성장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30년간 성장하는 회사가 없고, 돈을 버는 개인도 없다. 수출에만 의존하다 보니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30년간 쇠락하고 있는데 다들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나이 회장은 “일본 출신이라는 일본 유전자(DNA)가 매우 중요하지만, 일본 DNA의 강함이 약함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한탄했다. 그는 특히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를 거론하며 손타쿠 문화가 윗사람을 위한 공문서 위조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민 수준이 매우 낮아졌다. 그런데도 서점에 가면 ‘일본이 최고’라는 책이 넘쳐난다”며 “무엇이 최고란 말인가. 기분만 나빠진다”고 털어놨다.

야나이 회장은 이 같은 일본 상황을 바꾸기 위해 2가지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재정 지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공무원 수도 절반으로 줄이고 그 개혁을 반드시 2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참의원과 중의원 모두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양원제 대신 단원제로 일원화하라”고 제안했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 각종 세금 낭비를 막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의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한 아베노믹스에 대해선 “성공한 측면은 주가뿐인데 주가는 국가의 돈을 뿌리면 어떻게든 된다”고 했다.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간주한 셈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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