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채찍보다 당근이 친환경의 비법[DBR]
더보기

채찍보다 당근이 친환경의 비법[DBR]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입력 2019-10-14 03:00수정 2019-10-14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1959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이렇게 태풍이 한국에 자주 상륙하는 이유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태풍은 열대지방 바다 위에서 발생한다. 보통 9월 말이나 10월 초에는 바다의 수온이 많이 떨어져 태풍이 한반도까지 올라오기 전에 소멸하는데, 이제는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이 따뜻해져서 태풍이 강도를 유지한 채 북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 순환시스템의 변화와 이상기후 현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 정부, 특히 선진국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각종 규제책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각국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환경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선진국들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호주 디킨대와 미국 미시간대 공동 연구진은 ‘전략경영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존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했다. 정부가 나선다고 해서 환경오염이나 지구온난화 현상이 반드시 완화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과 산업 현장의 온난화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조치를 마련하더라도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기사

연구진은 정부 규제의 실제 효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1992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의 8000여 개 기업과 1만8000개 이상의 공장을 대상으로 미 정부의 환경오염 억제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추적했다. 연구진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내놓은 오염 억제 정책이 강화될수록 미 기업들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에 속도를 냈다.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느슨하거나 아예 없는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가거나 수입 대체품을 찾았다. 반면 신흥 공업국이나 저개발 국가들은 오염 물질을 유발하는 생산시설을 적극 수용했다. 투자를 유치하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오염 배출원을 적당히 용인한 것이다.

결국 미국 내 산업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또 미국 내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요구와 지역사회, 환경단체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저개발국가의 환경오염은 상대적으로 확대됐다. 환경 규제가 강한 지역일수록 기업은 탈출의 유혹을 더 크게 느꼈다. 이런 오염의 이전(移轉) 효과 때문에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은 줄어들지 않았다.

현대 기업들은 끊임없이 규제가 덜하거나 사업에 유리한 지역으로 옮겨 다닌다. 이런 ‘제도적 거래(arbitrage)’ 때문에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미국의 어떤 제도나 규제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고, 오히려 악화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당국의 감시가 더 엄격해지고 숨통이 조여 올수록 벼랑 끝에 내몰린 기업들은 규제가 잘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갔기 때문이다. 물론 정책입안자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과 사고로 정책을 활용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다만 예외는 있었다. 환경 규제를 기술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기업들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비율이 훨씬 낮게 나타났다.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도입하거나 개발한 오염 저감 기술을 활용해 문제에 대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환경오염을 정책을 통해 강제로 기업을 억누르는 것보다는 기업 스스로 기술적 역량을 강화해 오염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며 친환경 기술에 투자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제도와 정책이 변화의 주체가 돼 사회의 각종 문제 해결을 주도하려 한다면 사회구성원은 압박감을 느끼고 이를 회피할 궁리만 할 것이다. 사회구성원이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은 뒤에서 묵묵히 보조하고 지원하는 역할만 할 때 정부의 노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82호에 실린 글 ‘환경 정책, 규제보다 오염 절감 지원에 초점을’ 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yoo@hanyang.ac.kr
#친환경#태풍#지구온난화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