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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골칫거리인 배수구 악취 해결할 특허 낸 ‘금천구 발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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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골칫거리인 배수구 악취 해결할 특허 낸 ‘금천구 발명팀’

한우신기자 입력 2019-10-10 21:28수정 2019-10-1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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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배수구는 왜 항상 열려 있어야 하지? 필요할 때 열리면 안 될까.”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구 허원회 치수과장과 주무관 3인은 일제히 무릎을 쳤다. 수개월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문제를 풀 실마리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허 과장과 김창신 하수팀장, 이동섭 함대용 주무관 등 ‘금천구 발명팀’ 4명은 도로 배수구에 오물이 쌓이고 악취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인도와 차도 경계에 설치된 배수구는 비가 내리면 빗물을 하수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담배꽁초 등을 무단 투기해 쓰레기통으로 바뀌기 일쑤다. 인근 식당, 노점상이 음식물쓰레기를 몰래 버리기도 한다. 오물이 쌓이면 악취가 풍긴다. 관련 민원이 금천구에만 연간 180건 넘게 들어온다. 악취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배수구를 고무장판 등으로 덮어 놓기도 한다. 금천구에 따르면 지역 내 배수구 1만5500여 개 중 약 20%는 평상시 막혀 있다. 배수구를 막으면 비가 내렸을 때 빗물이 역류한다.


배수구는 금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전체에 설치된 배수구는 48만여 개에 달한다. 오물과 악취는 모든 지역에서 발생한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골칫거리다.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금천구 발명팀은 달랐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스마트 하수도 구축을 주요 구정 과제로 선정했다. 발명팀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평소 배수구를 닫고 비가 올 때만 열면 되지 않을까. 김 팀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발명팀은 배수구에 센서를 달고 빗물이 떨어지면 인식해 덮개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빗물받이’를 개발했다. 지난달 특허까지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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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센서가 빗물을 인식해 일정 강수량을 넘어서면 덮개가 열리고 닫히는 방식은 기존에 나온 기술들을 조합한 것이다. 다만 난관도 있었다. 철강 소재로 덮개를 만들면 작동에 문제가 없었지만 쉽게 보급하려면 가격을 고려해야 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고무로 덮개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고무 덮개는 말려 있다가 풀려 나올 때 이물질이 조금만 있어도 작동이 멈췄다. 지역 시공업체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은 끝에 고무가 말렸다 풀리는 부분에 와이어를 달아 힘을 보강해주는 방식을 적용했다. 허 과장은 “스마트 빗물받이에 사용한 기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센서 등은 이미 개발된 기술이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발명팀은 하수관로 보수 공사를 할 때 하수 유입을 막고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지면 작업자에게 자동으로 알려주는 장치도 개발했다.

허 과장은 늘 아이디어가 넘친다. 도로과장을 맡았을 때는 시흥대로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하부는 자동차전용도로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 주무관은 “과장, 팀장만 의욕이 많아도 직원들이 호응을 안 하면 성과를 낼 수 없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팀은 모두 열정적이라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함 주무관은 “원래 적극적인 성향은 아니었다”며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도 발명팀의 장점이다. 이들은 많은 공무원들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팀장은 “현재 논의하고 있는 발명품 아이디어가 꽤 있다. 앞으로도 보여줄 게 많다”고 말했다. 구청 공무원이 혁신 창업자처럼 말했다. 그것도 매우 자신감 있게.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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