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사태’ 커지는 경영진 책임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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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은행장 고소 나서… 윤석헌 금감원장 “책임 물어야”
제재 가능성 내비쳐… 수위 주목
“금융당국 사전경고 부실” 지적도


수천억 원대 피해가 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불완전판매 사실 등이 확인됨에 따라 은행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은행장 고소에 나서는가 하면,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은행 경영진 문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금융계에선 수많은 금융상품의 손실을 경영진이 일일이 책임지라고 하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기 어려운 데다 금융감독 당국의 사전 경고 기능이 부실했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9일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 등에 따르면 DLF 판매와 관련해 우리은행장을 형사고소하기 위해 고소대리를 접수시킨 투자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의연대 등은 10일 오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당국도 강경 제재로 돌아선 모양새다. DLF 검사 전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은 은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제재까지 거론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DLF 피해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사모(私募) 상품이고, 은행 차원의 조직적 불완전판매 등을 예상하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판매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상품 심의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고, KEB하나은행이 DLF 관련 전산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DLF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층에도 필요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4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징계가 꼬리 자르듯 말단 직원에게만 향해서는 안 된다”며 “금감원 조사를 통해 윗사람들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 시선은 제재 수위에 쏠리고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모두 5가지다. 문책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직원은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게 된다.

우리은행이나 하나은행에서 상품 판매를 결정한 전결권자는 은행장이 아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책임을 묻는 형식의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감독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며 자신들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막고 피해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은행 경영진 제재 카드를 내놓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은행장들이 중징계를 피하더라도 향후 인사에 일정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올해 취임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내년 1월경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 지주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면서 연임을 향해 순항하던 손 회장으로서는 DLF라는 암초를 만난 셈이다.

한편 올해 말, 내년 초에는 손 회장 외에도 금융권 CEO들의 임기 만료가 몰려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1월 임기 만료를 앞둔 허인 행장의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신한금융도 실적으로만 보면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조용병 회장의 연임이 예상된다. 다만 채용비리 재판 1심 결과가 남아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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