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여론 들끓는데…호남은 왜 조국을 지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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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2일 0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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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실시간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News1
지난 2일 오후 광주 서구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실시간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News1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국 장관’으로 대변되는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대한 거센 저항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까지 흔드는 모습이다.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하락세인 가운데 호남지역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 지지도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완고하다. 조국 장관 임명 찬성 여론도 호남지역만 더 높다. 이유가 뭘까.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지난 17∼1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의 긍정평가는 40%, 부정평가는 53%였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서도 54%가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8대 권역으로 나눠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에 ‘광주·전라’만 유일하게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부정보다 긍정이 많은 69%를 기록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적절하다’는 평가도 57%를 나타났다. ‘부적절하다’는 평가 28%보다 2배가 높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국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호남에서만 유일하게 작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뉴스1>은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여전히 문 정부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와 어떤 시각으로 조국 사태를 보고 있는지 주요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상당수 의견은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문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성원이 가장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촛불혁명으로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민심이 그 어느 지역보다 크며, 집권여당인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호남발전 견인에 박차를 가해달라는 주문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미리내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가는 “호남에서 조국을 지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 조국에 대한 지지도 있지만 문재인 정권 사람인 그를 지지하는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청문과정에서 나타난 의혹들과 괴리감 등 조국 장관에 대한 ‘실망감’은 광주전남 지역민들도 느끼는 부분이다.

다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의혹’ 수준인 상황에서 무턱대고 비난만 하는 것도 맞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호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은 “조국 장관도 문제가 있다. 스스로 주장과 행동이 맞지 않는 ‘언행 불일치’ 부분 때문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광주전남 지지율이 높은 것은 조국에 대한 지지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씨를 위로하고 있다.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박영순씨를 위로하고 있다. © News1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전남 목포)은 “호남 사람들은 조국 사태로 호남이 또다시 고립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킨 문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는 조국 장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구에 내려와 보면 하루하루 민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신속히 마무리 돼 혼란상태가 정리되길 바라는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성공하지 못한 것을 반성 삼아 문 정부에서는 반드시 사법개혁을 완수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서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해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조국 장관의 여러 흠결이 있더라도 사법개혁을 위해 필요로 하는, 즉 효용성 측면에서 많은 광주시민들이 보다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호남 유권자들은 대단히 합리적이고 정당 선택 등에 있어서도 굉장히 냉정하게 판단한다”며 “조국 장관 관련해서도 도덕적 판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효용성에 기인한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 싶다”고 평가했다.

김정호 민변 광주전남지부장은 “흠결이 있긴 하지만, 조 장관이 그동안 해온 주장 자체가 틀린 말이 아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조국만한 인물이 없고 또 다른 대안을 찾기가 어렵다”며 “조국이 사퇴하면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측이 주도권을 쥐고 흔들기 때문에 그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미 동신대 교수도 “검찰개혁 없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구현이 어렵다는 인식하에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새로운 지지세력을 찾지 못한 지역민들이 여전히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한다고 생각했다.

김대현 위민연구원장은 “현재는 문재인 정부를 대체할 세력이 없다고 판단돼 위기감에서 지지율이 높다고 본다”면서 “새로운 대안이 만들어진다면 호남 역시 다른 지역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호남민들은 조국 사태를 자유한국당과의 대결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 장관의 옳고 그름보다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반감으로도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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